문화예술경영 시리즈- 13
고대 로마제국에서는 전쟁에서 얻은 전리품을 가져와 경매를 했다고 한다. 불과 300여 년 전만 해도 노예를 경매를 통해 거래를 했다. 현대적 의미의 미술품 경매는 네덜란드에서 16세기 후반 시작됐다. 현재 미술품의 가장 흔한 거래 방식으로 자리 잡은 미술품 시장의 경매 방식은 이렇듯 미술품만의 역사도 아니었고, 첫 번째도 아니었다.
현재 세계적으로 대표적인 경매회사로는 런던을 본거지로 하는 소더비(Sotheby's)와 크리스티(Christie's)가 꼽힌다. 소더비는 1744년, 크리스티는 1766년에 설립됐다. 두 회사는 세계 미술품 경매의 85%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고흐의 '해바라기'를 비롯해 뭉크의 '절규', 피카소의 '여인의 두상' 등의 미술품들이 양대 경매회사를 통해 팔려나갔다.
직원 수는 소더비가 2000명, 크리스티가 1600명이다. 두 회사는 각각 40개국에 140개의 지사를 두고 있으며 해마다 약 800회의 경매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편에는 현재 '만년 2등'이란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알고 보면 크리스티의 형님뻘인(소더비 1744년, 크리스티 1766년 설립) 소더비의 역사와 현재 모습을 알아보겠다.
◆위기를 거쳐 종합경매회사로
소더비가 지금 같은 명성을 얻은 것은 1960년대부터다. 1950년 초까지만 해도 기원이 불명확한 그림이나 고서를 중개하는 수준에 머물렀던 소더비는 1955년 뉴욕 사무실을 열었고 50년대 후반부터는 몰락한 유럽 귀족들의 소장품 경매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몰락한 유럽의 최고급 미술작품을 돈 많은 미국으로 공수하면서 대형화를 이룬 것.
소더비는 1957년 네덜란드 은행가 와인버거의 소장품 '와인버거 컬렉션' 경매부터 자산가들의 눈길을 끌게 된다. 와인버거가 2차 세계대전 중에 모은 고흐, 르누아르 등의 이 미술작품 경매에는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 등 유명인사 3000여 명이 참가해 화제를 모았다.
1958년 런던에서 시작한 '골드슈미트' 컬렉션 경매도 유명하다. 최고급 이브닝드레스를 입어야만 입장이 가능한 골드슈미트 경매는 인상주의 걸작만을 경매에 부쳤다. 단순한 경매가 아닌 최고급 파티로 상류층의 인기를 끌었으며 앤서니 퀸, 커크 더글러스, 윈스턴 처칠 부인 등 1400명의 유명 인사들이 참여하면서 권위를 갖췄다.
소더비는 1964년에는 미국의 경매회사 파크 바넷을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세계시장으로 무대를 넓혀 나갔다. 적극적인 해외시장 진출 전략을 바탕으로 런던과 뉴욕을 중심으로 전 세계 100여 곳 지점과 17개 경매센터를 운영하면서 몸집이 커진 뒤 1977년에는 기업공개를 했다.
그러나 1980년대 초 또다시 위기에 빠져 결국 디트로이트에서 쇼핑몰 사업으로 성공한 앨프리드 타우브먼에게 인수돼 미국 자본에 편입되고 만다. 그 후 금융위기 때는 직원을 감원하고 사업을 축소하는 등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최근에는 이를 딛고 전통적 경매활동을 넘어 부동산, 금융 서비스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중국, 미국 제치고 소더비 '최대주주'
지난해 소더비 매출은 전년 대비 2.5% 증가한 9억6150만달러(약 1조650억5355만원)를 기록해 준수하다는 평이다. 그리고 지난해 소더비에서 가장 고가에 낙찰된 작품은 추상주의 미국 화가 사이 트웜블리(1928~2011)의 작품이었다. 그의 작품 '칠판'은 2015년 11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경매에서 7053만달러(약 781억2608만원)에 낙찰됐다. 이 작품은 검은 바탕에 6개의 원이 연속적으로 그려져 있다. 비교적 단순한 형태의 이 작품은 사이 트웜블리 작품의 경매사상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한 가지 재밌는 것은 소더비의 주인이 각 나라의 흥망성쇠의 움직임과 일치한다는 점이다. 현재 소더비의 최대주주는 중국 마오쩌둥 전 주석의 손녀사위가 이끄는 타이캉 생명보험이다. 지난해 타이캉생명보험은 소더비 지분 13.5%를 매입해 11.38%를 보유한 헤지펀드 서드포인트의 댄 러브와 5.5%를 보유한 포인트72 자산운용의 스티븐 코언 등을 제치고 소더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타이캉 생명보험 회장인 천둥성은 마오쩌둥의 외손녀 쿵둥메이(孔東梅)의 남편이다. 옛날 찬란했던 대영제국에서 시작한 소더비가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미국 자본에 팔린 뒤 현재는 G2로 올라선 중국을 최대주주를 모시게 됐으니 "아 옛날이여"란 말이 나올 만하지 않을까.
▷쪽상식: 한국과의 인연
소더비는 국내 미술품과도 인연이 깊다. 1990년에 소더비 서울지점을 열었고 이 해에 시가 6억원의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이 포함된 '세계의 악기전'을 개최했다. 1991년에는 뉴욕에서 처음으로 한국 미술품 단독경매를 실시했다. 이 경매에서 고려 불화 '수월관음도'는 내정 가격의 10배인 176만달러에, 김홍도의 '사계도'는 46만달러에 각각 낙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