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대에 들어가고, 치과의사가 되면 어떤 삶을 사나요?
12월 9일 2023년도 수능시험 성적이 발표됐다.
이제 입시의 막바지를 향해서 달려가고 있다.
요즘 입시는 수시 비중이 많은 편이라, 수능만으로 인생이 좌우되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수능뿐만 아니라, 신경 써야 할 사항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필자는 2005년도 수능을 보고 정시로 치과대학에 입학했던 아재라, 요즘 입시에 대해서 세세하게 알지는 못한다.
재테크 카페를 통해서 요즘 입시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게 되었고, 요즘에 입시를 치렀으면 대학 들어가는 게 어려웠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다.
각설하고 이제 본격적으로 치과대학 치과의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다.
이 글은 정보전달에 초점을 맞춰서 작성한 글이라, 평어체와 구어체가 적절히 섞여 있다는 것을 미리 밝혀 둔다 ^^
필자는 2005년 수능을 보고 정시로 치의예과에 입학을 했다. 예과 2년 본과 4년을 거쳐 2011년도에 치과의사 면허를 취득하고, 현재는 개인 치과를 운영하고 있다.
치과의사 13년 차에 접어들고 있다. ( 중간에 1년 정도는 스스로에게 안식년을 주었어서 그것을 감안하면 12년 차이긴 하다 ^^;)
필자가 수능을 봤을 때는 의대, 치대, 한의대가 비슷하게 인기 있었다. 당시에는 의학전문대학원 치의학전문대학원으로 많이 변경되었을 시기라 의대, 치대 입시 컷이 많이 높았었다.
지금은 서울 소재 치대와 지방 소재 의대를 붙으면, 의대로 가는 분위기인 것 같다.
예전에는 서울 소재 의대를 붙고도 지방의 치대를 오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치대에 대한 선호가 현재보단 높은 분위기였었다.
필자는 치대를 지원한 이유가 별거 없었다.
치과의사가 되면 뭔가 멋진 삶을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의사라는 이미지는 일을 많이 하고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스트레스 많고 신성한 직업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치과의사는 일 많이 안 하고 돈은 많이 버는 그런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치과대학에서도 공부를 많이 할 거라고 예상치 못했다.
또 주변에 치과의사가 없었다.
다니는 치과는 있었지만, 그 치과 샘에게 세세하게 진로에 대해 물어볼 만큼 가깝지 않았으니까 물어볼 생각도 안 했다.
치대 6년 중에 예과 2년 동안은 행복한 삶을 즐겼다.
예과는 치과와 관련된 전공을 배우지 않고, 자연과학과 교양에 관련된 수업을 배우는 기간이다.
그래서 비교적 개인 시간도 많고, 대학생활도 즐길 수 있고, 과외로 용돈도 벌 수 있어서, 물질적 시간적으로 풍요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인생의 황금기 같은 시간이다.
재수 삼수… 수능 공부에 찌들어 있다가 싱그러운 봄에 대학에 입학했으니, 모든 것이 아름답게만 느껴졌었다.
이제 인생에 있어서는 굴곡 같은 건 없을 거라 생각했다.
놀면서 보내는 시간은 왜 항상 빨리 지나가는 걸까ㅜ.ㅜ
행복했던 예과 2년은 순삭이었다.
본과 1학년 1학기의 긴장감은 고3의 긴장감과 비슷하다.
예과 -> 본과 1학년의 갭은. 초등학생생활을 하다 갑자기 고3 생활을 하는 느낌이다.
한 학기 동안 1주일에 1-2번씩 정식 시험이 계속 있었다. 블록 렉쳐( Block Lecture)와 PBL( Problem based learning)을 우리 학년부터 도입하기로 했다고 한다…ㅠ
시험은 월요일 오전 수업 시작 전에 치른다. 주말 내내 도서관에서 달리고, 월요일 오전에 시험을 보고, 이어서 아침부터 저녁 6시 또는 8,9시까지 수업과 실습을 한다.
예과 때 같이 놀던 동기들, 어리숙해 보이던 동기들이 갑자기 모두 천재처럼 보인다.
‘아 이 친구들 모두 전국 0.2~ 0.5% 안에 들었던 사람들이지’ 2년 동안 까먹고 있던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앞으로 4년을 이렇게 살 수 있을까’
‘내가 다른 길로 가면 어떤 걸 할 수 있을까’
머리에 잡생각이 많이 드는 시기다.
그리고 선배였던 사람이 유급을 해서 우리 학번과 같이 수업을 듣는다. 그런 선배가 3-4% 정도는 있다.
‘저 멀쩡한 선배가 유급을 당할 정도인데, 내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특히 악명 높은 생화학 시험이 다가오면 스트레스는 극에 달한다.
시험 범위 슬라이드가 몇백 장이다.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외계어들이 난무한다.
이걸 서술형으로 써야 한단다.
처음엔 이해해보려 책을 자세히 읽으면서 가끔 깨달음을 얻기도 하지만, 시험이 다가올수록 족보( 기출문제)에 나온 문제들에 답을 그럴듯하게 달고 그것만 달달 외운다.
나중엔 그 마저도 외웠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렇게 불안감을 안고 공부를 하고, 잠을 별로 못 자고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 아침에 시험을 치렀다. 이 생활을 16주 동안 해야 한다.
치과대학은 사회생활이 중요하다.
동아리를 1-2개는 해야 한다. 의무 가입은 아니지만, 하는 편이 학교생활하는데 여러모로 좋다.
동아리 선후배들끼리 정보 교환도 하고, 앞으로의 내 미래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졸업한 선배들과의 술자리도 많이 있어서, 치과의사의 삶에 대해서 동경도 할 수 있고, 자극도 받을 수 있어서 좋다.
동아리도 본인 성향과 잘 맞는 걸 잘 들어야 비교적 덜 스트레스받고 학교 생활을 잘할 수 있다.
이건 기회가 되면 나중에 기술하겠다.
이 동아리 활동은 일주일에 1-2번 정기 모임이 있다.
본과 1학년 때는 이 정기모임이 시험 끝난 날 많이 있던 것 같다. 본과 1학년을 배려한다고 시험 끝난 날 모임을 주선하는 경우가 많았다.
시험 끝난 날은 그래도 수업 후에 공부 안 하고 모두 다 쉬는 날이었으니까^^
수업 후에 6-7시에 동아리 모임을 가고, 동아리 별로 노래 또는 악기 연습 등을 하고, 술자리를 가서 술을 마시고 파하면 밤 12시가 넘는 경우가 많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강행군이다. 그리고 다음날 또 일어나서 8,9시까지 교실에 가야 한다.
이쯤 되면 아침에 졸지 않는 게 더 이상하다.
학생들이 졸아도 교수님들은 터치하지 않는다.
교수님들은 가오가 있으시니 그런 사소한 걸 터치하지 않으신다.
손에 피 묻힐 레지던트들이 있으니 말이다^^
수업시간에 졸면, 레지던트( 수련의) 샘들이 수업 끝나고 골라내서 숙제를 내준다.
숙제는 교과서를 받아쓰기해오는 것이다. a4에 몇 페이지 써오라고 이렇게 내준다.
때때로 조는 사람이 많으면 단체로 혼나기도 하고, 과대표가 불러가서 깨지고 오기도 한다.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