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하루쯤은 대단히 특별한 사람이어도 괜찮아!

지장보살이 건네준 나의 탄생 신화

by 플라잉맘
"지장보살은 원래 여신이었던 거 알아? (중략)

어깨너머, 구제하지 못한 중생 때문에 마음 쓰여서 뒤돌아보는 거야. 동료들끼리 가끔 그런 농담을 해. 모든 사람 챙기고 일 혼자 다하려는 사람이 있으면 그렇게 지장보살처럼 살지 말라고."-p73 시선으로부터- 정세랑



지장보살

나의 태몽에는 지장보살이 나온다. 삼신할머니가 어디를 가보라고 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어머니의 꿈은 지장보살님께서 나를 주시며 “크게 될 아이니 잘 키워라”라는 묵직한 당부를 남기셨다고 한다.

일 년 중 단 하루, 나의 생일. 오늘만큼은 내가 대단히 특별한 존재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우쭈쭈 해줘도 괜찮을 것 같다. 태몽은 내가 특별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아이 때부터 심어주는 각인 효과가 있다. 김미경 강사님은 태몽이 없다면 지어서라도 꼭 들려주라고 했을 정도로 아이에게 의미가 있다고 한다.


지장보살. 지옥의 마지막 한 중생까지 구제하기 전에는 결코 성불하지 않겠다는 대원(大願)을 세운 분. 그런 분이 나의 앞날을 축복하며 길을 열어주셨다는 그 이야기는 내 마음 한구석에 묘한 책임감과 자부심, 부담감을 동시에 심어주었다.


내가 태어난 날, 하늘은 온통 하얀 눈으로 가득했다고 한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거대한 폭설이 내렸던 날. 내가 태어났던 부천에 모 산부인과 병원에는 가난 때문에 병원비를 내지 못해 갇혀 있던 아기가 있었다고 한다. 눈이 한없이 쏟아지고, 의료진과 사람들이 나의 탄생에 집중하며 분주했던 그 틈을 타, 우리 할머니는 그 가족이 병원을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도록 도우셨다.


몇 년간 긴 법정 싸움으로 이어지던 아빠의 군사재판도 내가 태어나고 잘 해결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태어날 때부터 복덩이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


“너는 태어나자마자 누군가를 구제해 주며 세상에 왔단다.”

나의 탄생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 지장보살님이 말씀하신 ‘크게 될 아이’라는 의미는,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절망적인 순간에 작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라는 뜻이 아니었을까?

아이에게 "넌 크게 될 사람이야! 잘 될 거야!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될 거야!"라는 이야기를 건넨다면 그런 삶을 살아낼 아이로 크게 키울 수 있지 않을까?


나의 삶이 항상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를 찾아다니며, 그들의 행복을 위해 애쓰는 삶을 살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지친다고 느끼는 날도 있었다. 지장보살의 삶이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다. 고통받는 중생을 찾아 끊임없이 지옥의 문턱을 넘나드는 일이 어찌 쉬울 수 있을까?

하지만 지장보살에 대해 전해 내려오는 흥미롭고도 희망적인 이야기가 하나 있다. 그분은 그 엄청난 구제의 여정 속에서도 결코 스트레스를 받거나 지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남을 돕는 일이 자신을 갉아먹는 희생이 아니라, 오히려 스스로를 더 맑고 밝게 만드는 '환희심'의 원천이라고 한다.

지장보살의 마음은 거대한 바다와 같아서, 세상의 온갖 오물이 흘러 들어와도 스스로 정화하며 늘 푸른빛을 유지한다. 도움을 주면서도 생색내지 않고, 타인의 슬픔을 닦아주면서도 정작 본인의 얼굴에는 늘 자애로운 미소가 머무는 이유라고 한다.

나도 그러고 싶다. 누군가를 위한 마음이 나를 소진시키는 일이 아니라, 나를 더 맑게 정화하는 과정이 되기를. 내가 건네는 도움의 손길이 맑고 밝은 기쁨이 되기를


첫 돌에 아빠가 써준 편지

하루쯤은 대단히 특별한 사람이어도 괜찮지 않을까? 생일엔 엄빠에게 감사와 작은 선물을 하는것도 잊지말자. 나는 엄빠의 사랑이니까.




#생일 #태몽 #지장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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