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을 청하는 용감한 일. 계속 배우고 있습니다

배우는 사람은 단단해진다.

by 플라잉맘
"도움을 청하는 건 포기하는 게 아니야." 말이 말했어요.
"그건 포기를 거부하는 거지."
-찰리맥커시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으로 유명한 찰리맥커시의 책을 읽다 한참을 머무른 페이지가 있다. 도와달라는 말이 가장 용감한 말이라는 이야기. 혼자서 끙끙거리며 아둥아둥 거리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그럼 못하면 물어봐야지, 도와달라고 해야지, 제대로 해보지도 않고 포기할 생각부터 하지 말고 배우고 연습하고 실행하다보다 보면 지금 보다는 더 나아지겠지!

가성비 있게 무궁화를 탑니다


2월 매주 월요일 대전발 서울행 기차에 몸을 싣는다. 오랫동안 인스타그램으로만 팔로우하며 동경해 오던 김현영 MC님의 클래스 공지가 올라왔을 때, 망설임 없이 신청 버튼을 눌렀다.


MC, 레크리에이션, 영어 진행까지. 지금의 나에게 꼭 필요한 수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다리던 첫 수업 날.
강의실 문을 열자마자 압도당했다. 선생님의 남다른 텐션, 함께 수업을 듣는 사람들의 라인업. 가수, 인플루언서, 쇼호스트, 현직 아나운서, 모델까지...


나 역시 10년 넘게 강사로 일하며 늘 앞에 서 있던 사람이지만, 다시 알을 깨고 나온 병아리 같은 마음으로 새로운 세상이 던져진 기분이었다. 한 명씩 돌아가면서 하는 대본 리딩시간. 손이 떨리고 목소리가 파르르 흔들리며 ‘염소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내 인생 흑역사로 남을 만한 순간이었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클수록, 오히려 더 굳어진다는 걸. 날카로운 피드백을 듣는 순간,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동안 학생들에게 했던 수많은 피드백들이 스쳐 지나갔다. ‘나나 잘하자.’ 역시 사람은 직접 배워봐야 느끼는 게 있다.

사실 내가 MC의 길을 걸을 수 있었던 건 사촌 언니 덕분이었다. 대전 TJB 아나운서 출신인 언니는 20년 가까이 행사 진행자로 실력을 다져온 베테랑이다.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피땀 흘리며 준비하던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봤다. 롤모델인 앵커를 따라 대학을 진학하고, 그 자리를 위해 치열하게 살아온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우연히 언니의 바쁜 일정으로 나에게 처음 일을 연결해 주었을 때, 감사함과 함께 나에게 넘치는 자리라는 부담감이 따라왔다. ‘이 기회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무게가 맞을까?’
방송국 아나운서 출신 MC의 시간 현장경험을 따라 할 수도 없으면서 흉내내기에 급급했다.


강의와 진행은 비슷한 것 같지만 결이 정말 달랐다. 강의는 내가 주인공이다. 정해진 시간 동안 내가 제일 잘하는 콘텐츠를 보여주고 소통하는 내 세상이었다.


MC는 신경 써야 할게 더 많다. 주인공인 듯 하지만 절대 행사의 주인이 아니다. 행사를 빛내주는 자리 주인공들을 소개하고 축하하는 자리다. 식순을 익히고, 실수 없이 진행해야 한다. 청중들과 자유롭게 소통하며 강의를 해온 경험이 도움이 되기도 했지만, 큰 실수를 하기도 했다.


계속 MC로 무대에 서고 싶다면, 더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승무원 강사에서 MC로, 스피치 강사로 확장해 가는 이 여정에 꼭 필요한 시간이라고 느껴진다.

나는 5년째 줌바댄스를 하고 있다. 아무리 바빠도 월·수·금 오전 9시 수업시간은 지키려고 한다. 심각한 몸치라 그런지 5년을 해도 실력이 늘지 않는다. 못하면 어떤가. 댄스 대회에 나갈 것도 아니고, 재밌으면 됐지.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분명히 느낀다. 조금씩이지만 확실히 전보다 훨씬 잘 춘다는 걸. 요즘은 바레라는 운동에도 푹 빠져 있다.

예전의 나는 운동도, 공부도 억지로 해내야 하는 숙제처럼 느꼈다. 하고 싶은 게 없는데 무슨 동기부여가 되겠는가? 무엇인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그것부터가 가장 큰 용기이다. 운동도 공부도 혼자 했다면 어려웠을 것이다.


혼자 고민하지 말고 나보다 먼저 시작한 사람에게, 조금 더 잘하는 사람에게 도움을 청해보자. 마흔이 훌쩍 넘어서야 이 단순한 진리를 몸으로 이해한다. 못하면 배우면 된다. 그리고 계속 배우는 사람은 조금씩, 분명히 단단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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