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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으는 빤쮸 Jul 17. 2020

책임감

책임, 그리고 책임감

생각의 시작은, 2018년을 맞이해서 새로운 가족을 맞이할 준비를 하면서 구매한 ‘임신 건강 보조제’를 입에 털어 넣으면서부터였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내가 식구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라는 질문은 그 식구의 탄생과 미래에 걸맞는 책임감을 내가 가지고 있는가, 라는 것으로 옮겨갔다.

간혹 책임감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참을 수 있는 ‘어른’이라는 욕구절제된 그 무엇이 되어가는 개개인의 척도로 이야기 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책임감 지수를 매기는 것도 재미있긴 할터인데. 성년을 맞이한 20세의 사람들은 성년식의 어떤 테스트를 거쳐 기본 책임감 지수 3을 할당 받는다. 때마다 자신을 증명해보이면 책임감 지수를 추가 지급하여 최대 10을 채우는, 그리고 그에 합당한 보상을 주는 식으로 말이다. 자신을 증명해보이는 그것은 무엇이고 각 지수에 대한 보상은 무엇일지 정말 궁금하긴 하지만, 사실 책임감을 누군가에게 증명한다는 것도 가능한지는 모르겠다.  

여튼, 다시 생각해보면 책임감은 단지 내 욕구를 참아낼 수 있는 의지의 척도거나 그에 상응하는 능력을 테스트한 결과치일까?도 생각해봐야할 문제이다.  

사실 내가 책임감을 첫 화두로 던진 것은 우리 가족의 새 식구가 그 시작은 아니었다. 내가 먹고 사는 일을 해오면서 책임을 지지 않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에너지를 낭비하게 하는지, 내가 속해 있는 사회의 많은 것들이 책임을 지지 않아서 무고한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 지 봐 왔다. 이 지점에서 책임과 책임감에 대한 구분이 나눠지는 것 같다. 책임은 일을 되게 하는 일종의 업무 분장 같은거라면, 책임감은 자신이 그 일을 바라보는 마음과 일을 대하는 철학에 대한 수양 아닐까? 전자는 타자와의 협의라고 한다면 후자는 세상에서 가장 어렵다는, 나와의 협의라고 생각한다.  

책임을 먼저 이야기하기 보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사는 마음가짐이 좀 더 고차원적인 삶이 아닐까 생각된다. 아이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하면서 아이와 내 아내, 나의 미래를 감당할 준비를 하는게 맞지, 닥쳐오지도 않은 미래에 대해 책임을 운운할 준비를 하기 보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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