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국 밴쿠버의 찐가을
글 올린 지 벌써 두 주가 지났습니다. 하지만 아직 아무 생각이 없습니다. 어쩌면 자잘한 잡생각들이 너무 많은 것 같기도 합니다. 가끔 출퇴근 길이나 달리기 할 때, 마치 월급이 통장에 스치듯, 찰나의 글감이 떠오를 때도 있지만, 소셜 미디어에나 어울릴 법한 가벼운 단상들이라서 그냥 흘려보내곤 합니다.
그나마 지치지 않고 꾸준히 하는 달리기 덕에 아름다운 밴쿠버의 단풍 사진들은 쌓여만 가는데, 브런치가 인스타그램도 아니고, 사진에 캡션만 달아서 올릴 수도 없으니 참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글의 이해도를 높이고 보조하는 수단으로써의 이미지가 아닌, 사진들을 올리기 위해 글을 짜내야 하는 고통을 겪고 있는 중입니다.
신 선생 부부에게 있어서 올 해의 가장 큰 과제 중의 하나인 7학년 큰 아들 요요의 고등학교(8-12학년) 진학을 위한 준비 과정을 써볼까 했습니다. 그런데 그러려면 필연적으로 다루어야 할 캐나다의 사립학교와 일반 공립학교, 미니 스쿨 등으로 불리는 특목고와 IB 학교 등에 대한 고찰과 비교 분석을 해야 할 텐데, 그 생각을 하니 마치 또 다른 업무가 생긴 듯 답답하게 느껴져서 포기했습니다.
또는 요요가 지난 6년간 꾸준히 참여해 왔던, Destination Imagination (DI)라는 STEAM (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rt and math) 프로그램에 대해서 써볼까도 했습니다. 한국에서는 ‘학생 창의력 올림피아드‘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더군요. 이제 7학년인 요요네 팀 아이들은 초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올 해는 BC주 대회를 넘어서 내년 5월 미국 캔자스 시티에서 열리는 글로벌 파이널 대회에 참가하려는 거창한 계획을 세웠습니다. 일단 주 대회에서 선발되어야 가능하지만, 그래도 가장 큰 과제는 역시 참가 비용입니다.
담당 선생님의 예산에 따르면 학교나 스쿨보드에서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한다면 5박 6일 일정에 일인당 약 CD$5000 (한화로 약 500만 원) 정도가 필요하다고 하니 절대 만만한 금액이 아니죠. 그래서 팀원 아이들 뿐만 아니라, 엄마들까지 총동원되어 기금마련을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학교와 스쿨보드에 지원을 요청하고, 지역 사회 사업체에 후원을 요청하고, 스타벅스, 슈퍼마켓, 베이커리 등에 물품 기부를 요청하고, 아주 고군분투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았으니 아직은 좀 더 기다렸다가 쓰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습니다.
학교에서는 이것저것 올해 처음 맡은 일들이 좀 있어서 매우 바쁘긴 하지만, 정말 신기하게도 신 선생이 가르치는 여섯 개 학급에서 학생 빌런들이 멸종해 버렸습니다. 심지어 그저 좀 Ssa-Ga-Ji 없는 녀석 조차 없어요. 아주 씨가 말랐어요! 신 선생 개인 역사에 길이 남을 대희년(大禧年, Jubilee)입니다만, 그러다 보니 학교 이야기는 쓸 게 별로 없습니다. 네, 뭐 이런 이유라면 앞으로 은퇴할 때까지 학교 관련해서는 글감이 절대 없기를 기원합니다. 하하!
이제 이 정도 분량이면 올릴 수 있을까요? 브런치는 스스로 “글이 작품이 되는 공간“이라고 칭하고 있는데요, 작품은 고사하고 이렇게 의미 없고 수준 낮은 일기를 주저리주저리 써놔서 미안합니다. 어느덧 절정에 이른 단풍국 밴쿠버의 아름다운 단풍 사진들을 보면서 용서해 주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