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앞두고 마냥 들뜨고 즐거워야 할 금요일 오후 마지막 수업 시간. 지난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사흘이 지났지만 여전히 혼란스러운 고국의 현실에, 답답한 마음으로 수업을 진행하던 중이었습니다. 갑자기 어떤 12학년 녀석 하나가, 수업 중에 딴짓하다가 선생에게 지적받는 다른 친구들을 보더니, 자기 딴에는 재미있는 농담이라고 생각했는지
미스터 신!
Martial law를 선포해 버리세요!
탕탕!
라고 말 하면서 키득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순간 귀를 의심했지만 처음엔 그저 “그런 건 농담의 대상이 아니다.” 라며 조용히 타일렀습니다. 하지만 Martial Law가 뭐냐고 묻는 옆 친구의 말에, ”사우스 코리아에 폭동이 나서 대통령이 어쩌고 특수부대가 저쩌고…“하며 더욱 신이 나서 떠들고 낄낄거리는데, 더는 안 되겠다 싶어서 잠시 수업을 중단하고 큰소리로 꾸짖었습니다.
“그만해! 그 일은 농담의 대상이 아니라고 했지! 어디서 주워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네가 지금 한국에 대해서 말하는 것들 중에 맞는 내용은 거의 없어. 폭동이라니! 그런 일은 없었어! 한국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면서 함부로 말하지 마! 그것도 바로 내 코앞에서 이러는 건, 나에겐 너무나 모욕적인 거야. 너도 생각해 봐, 아프가니스탄에서 자살 폭탄 테러로 희생된 캐나다 군인들 소식을 듣고 한국 사람들이 캐나다 사람들 앞에서 ‘말 안 들으면 탈레반으로 보내버리세요!’라고 말하며 키득거리면 기분이 어떻겠니!”하면서 마구 퍼부어버렸습니다.
같은 반에 가벼운 청각 장애가 있는 학생이 있어서 마이크를 달고 수업을 하고 있었는데, 그 사실도 잊고 소리를 꽥꽥 질렀으니, 아마 옆교실까지 쩌렁쩌렁 울렸을 것 같습니다. 평소에 자기들과 농담도 곧잘 하고 어지간한 장난은 잘 받아주던 선생이 진심으로 화가 난 것을 본 반 아이들은 깜짝 놀라서 갑자기 조용해졌고, 다행히 문제의 그 녀석도 수업이 끝난 후 찾아와 진심으로 사과를 했습니다만 여전히 씁쓸하더군요. 그토록 자랑스럽던 조국이 어쩌다 이렇게 한순간에 놀림거리가 되어버렸는지… 너무 속상했습니다.
혼돈의 시간. 겨우 이렇게 멀리서 기도만 보탤 뿐이지만, 수많은 시련을 극복해 온 우리 대한민국의 저력을 믿으며 희망을 품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