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광고 없는 블로그를 찾았을 뿐인데…
좋아하는 스포츠? 단연 축구지! 어렸을 때는 축구 좀 했었어.
미국과 마찬가지로 캐나다 사람들도 스포츠에 정말 진심입니다. 20여 년 전 캐나다에 처음 와서 학교에서 만난 친구가 저에게 좋아하는 스포츠를 묻길래 축구를 좋아한다며 위와 같이 대답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친구가 하는 말이,
그래? 나도 고등학교 때 학교 대표팀에서 축구했었는데... 너는 어떤 팀에서 뛰었어? 학교팀? 지역팀? 활동하던 리그는 어디였어? 대학 다닐 때는 안 했어?
옴마야, 얘 지금 뭐라는 거야? 난 그냥 어렸을 때 점심시간이나 방과 후에 친구들이랑 운동장에서 공 차고 놀았다고…
그리고 얼마 후 그 친구가 속해있던 축구팀의 경기에 선수 숫자 맞춰주러 나갔다가 경기 내내 공한번 제대로 만져보지도 못하고 영혼까지 탈탈 털리고 난 후 깨달았습니다.
도대체 누가 캐나다는 축구 못한다 그랬어? 아, 이제 앞으로 어디 가서 예전에 축구 좀 했다는 말은 절대로 하면 안 되겠구나.
팀스포츠 경기에서 자기 혼자만 기량이 현저히 떨어져서 팀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종종 어이없는 실수로 팀을 위험에 빠뜨리기나 하니 얼마나 미안하고 부끄럽던지... 어렸을 때 학교 운동장에서 공을 차다가 소위 ’구멍‘이라고 불리던 친구들에게 했던 많은 못된 말들을 반성했습니다. 하하.
글쓰기에 진심인 이곳 브런치 작가님들에게는 발칙한 발언이 될까 봐 조심스럽습니다만, 저는 그저 광고 없는 소셜 미디어나 블로그를 찾다가 ‘브런치’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레이아웃과, 재미있고 유익하고 공감되는 좋은 글들이 많이 보이길래 이거다 싶어서 바로 ‘브런치’ 계정을 하나 만들게 되었죠. 그때까지만 해도 ‘브런치’는 그냥 광고 없이 깔끔한 블로그 플랫폼 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신청을 하려고 하니 ‘작가’로서 자기소개를 해야 한다기에 ‘책 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한다’고 밝히기는 했지만, 나중에 생각해 보니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그저 방과 후에 친구들과 공 좀 찬 거 가지고 어디 가서 축구 좀 한다고 말한 격이 된 것 같아서 부끄럽더군요. ‘작가’라는 호칭도 마냥 민망하기만 했습니다. 그리고 능력도 안되면서 괜히 일을 저질렀나 싶은 마음에 후회하기도 했습니다. 저를 무려 구독씩이나 해주시는 분들께는 너무나 감사하지만, 저는 ‘글 쓰는 사람’이 되어 ‘구독자’분들을 기쁘게 하거나 감동을 줄만한 깜냥이 아님을 잘 알기에 미안한 마음도 있습니다.
직업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인지라, 좀 더디고 어려워하는 학생들을 대할 때는 긴 호흡으로 기다려 줘야 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재능은 없지만, 다행히 읽고 쓰는 걸 좋아하기는 하니, 서두르지 않고 조금씩 스스로 나아질 수 있도록 지켜보려 합니다. 이렇게 한 십 년 연습하다 보면 가끔은 좀 봐줄 만한 글이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