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난주 금요일, 아이들이 중간 통지표를 받아왔습니다. 아직 어린 초등학생들이라 그런지 공부성적은 그다지 신경이 많이 쓰이지는 않더군요. 그 대신 담임 선생님들로부터 “friendly”, “thoughtful”, “well-liked by his peers”, “social member”, “always willing to help others”, “listens respectfully” 같은 코멘트를 받아온 아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지난가을에 아이들이 한 번씩 감기에 심하게 걸려서 며칠 동안 학교를 빠진 적이 있었는데, 거의 일주일 만에 다시 등교하는 우리 아이들을 보고, 멀리서부터 한달음에 달려와서 반겨주는 반친구들을 보고 있자니 참 기쁘고 흐뭇했었다는 아내의 말이 생각이 납니다.
Nov 4, 2021
어제 있었던 일이랍니다. 공부나 운동을 잘하는 것도 물론 좋겠지만, 저는 아이들이 이런 모습을 보일 때 더 기특하고 자랑스럽습니다. 아내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라서 편의상 요요(첫째, 가명)의 말은 의역해서 옮깁니다.
엄마: “요요, 오늘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어? 아까 학교 끝나고 집에 올 때 선생님이 뭐라 뭐라 하시던데?” (사실 담임한테 들어서 이미 다 알고는 있음)
요요: “으응? 아… 우리 반에 어떤 남자애가 있는데, 걔는 한번 화가 나면 셀프컨트롤을 잘 못해요. 오늘 반에서 빙고 게임을 했었는데, 걔가 거의 다 맞추고 있었거든요. 근데 시간이 모자라서 게임이 갑자기 그냥 끝나버렸어요."
엄마: “어머, 속상했겠다. 그래서 어떻게 됐어?”
요요: “걔가 너무 화가 나서 소리를 막 지르다가, 갑자기 뾰족한 가위로 교실에 있던 gym ball chair를 마구 찔러서 구멍을 냈어요.”
엄마: “어머머머! 얼마나 세게 찔러댔으면 그게 구멍이 다 나? 그리고 이제 겨우 4학년이 그렇게 과격하게? 근데 걔 너 옆자리에 앉는다며, 너는 괜찮아?”
요요: “난 괜찮아요. 걔는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 이런 일이 있어서 별로 놀라지 않았어요”
엄마: “근데 걔 이름이 뭐야?”
요요:“음... 안 가르쳐 줄래요. 걔 프라이버시도 있고... 엄마는 믿지만 그래도 자꾸 밖으로 소문나지 않게 하고 싶어요."
엄마: "그래... 근데 걔가 물건이 아니라 사람한테도 그럴 수 있잖아."
요요: "이제 성격을 아니까, 화나 보이면 일단 거리를 두고 진정될 때까지 기다리면 돼요. 그리고 걔도 어제 자기가 한 일을 깨닫고 나서는 수습하려고 노력하기도 했어요.”
엄마: “응? 수습하려고 노력을 했다고? 어떻게?”
요요: “짐볼에 구멍 난 거 보고 자기도 놀라서, 스카치테이프로 다시 붙이려고 했는데... 잘 안 됐어요.”
엄마: “아이고, 하하! 그게 테이프로 붙겠니? 그래 알았어, 엄마는 요요 믿으니까 더는 안 물어볼게. 그래도 조심해야 한다. 알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