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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ying Pie Aug 10. 2023

전생에 나라를 구하면 이렇게 삽니다.

*경고: 이 글은 단 한 문장도 자랑이 아닌 것이 없습니다. 평소 자랑 알레르기를 앓고 계신 분들은 읽지 않는 것을 권합니다.


일본에서 누나가 왔습니다. 어머니와 우리 남매가 이렇게 한자리에 모인건, 지난 2018년 여름 밴쿠버에서 다 같이 만난 이후 무려 5년 만입니다. 하나뿐인 조카도 엄마(누나) 따라 같이 왔습니다. 예쁘고 총명하게 잘 자란 스물두 살의 조카가 제 눈에는 ‘뉴진스’보다 더 아름답습니다.


늘 혼자 적적하게 지내시던 어머니 댁 거실이 중년 남매의 다소 시끄러운 수다와 웃음소리로 가득하고, 지켜보시는 어머니의 얼굴이 환하게 빛납니다. 빠른 템포로 이어지는 자식들의 대화에 쉽게 끼어들지는 못하시지만 그저 보고만 있어도 흐뭇하신가 봅니다.


우리 남매는 사이가 참 좋습니다. 이게 다 정 많고 현명한 누나 덕입니다. 아내와 처제 사이는 더 좋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처제 덕인 것 같습니다. (여보, 미안!) 장인, 장모님은 사위를 아낌없이 사랑해 주십니다. 어제부터 처가에 머물고 있는데, 아내와 아이들이 없어도 내 집처럼 편안합니다.


결혼한 지 12년이 되었지만 그동안 지나가는 말이라도 양가 어르신들 사이에서 서로에 대해서 서운한 말씀을 하시는 걸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어머니는 늘 “새애기가 착해서…, 새애기가 야무져서…, 새애기가 현명해서…,”를 입에 달고 사십니다. 반면 장모님은 늘 아내에게 저만한 신랑 없다며 저에게 잘하라고 잔소리를 하신다고 아내가 투덜댑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제일 큰 수혜자는 저희 아이들입니다. 태어나 보니 엄마아빠가 서로 사랑하고, 친가와 외가를 다 둘러봐도 어느 한 집 큰 어려움 없이, 다들 성실하게 제 몫을 다하며 살고 있고, 서로 화목합니다. 심지어 동네에 친하게 지내는 이웃들 마저도 다들 화목한 가정들입니다. 덕분에 아이들도 별로 모나지 않고 둥글둥글 서로 사이가 좋으니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아마도 저는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봅니다. 아니면 적어도 거북선 안에서 노를 저었거나 행주산성에서 돌을 날랐나 봅니다. 자랑거리는 아직 한참 더 많이 남아있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끝까지 참고 읽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서리풀 공원 산책로에서 바라본 내고향 서초구-Photo by Flying P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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