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 19, 2022
4년 만에 다시 찾은 내 고향 대한민국.
거리는 깨끗하고, 교통은 빠르고 편리하며, 모두가 친절하더군요. 특히 병원과 관공서 서비스의 질과 속도는 세계에 이런 나라가 또 있을까 싶을 만큼 그저 놀라웠습니다. 굳이 맛집을 따로 찾을 필요를 못 느낄 정도로 맛있고 분위기 좋은 음식점과 술집이 동네마다 지천이니, 밤에 아이들 재우고 아내와 슬슬 걸어 나와서 분위기 좋은 동네 주점에서 막걸리 한잔 할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밤 10시가 훨씬 넘은 시간, 환하게 불을 밝힌 공원에서 온 동네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배드민턴을 하며 놀다가, 시원한 분수 속을 뛰어다니며 더위를 식히는 모습은 이국적(?)이기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자정이 가까운 늦은 밤에 아무도 안전에 대해서 별 걱정을 하지 않는 모습이 많이 부러웠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여름 날씨만큼은... 아무리 노력해도 적응이 안 되더군요. 종종 밴쿠버의 시원한 여름이 너무 그리웠습니다.
처음 한국에 올 때, 앞으로 두 달 동안 가족여행도 많이 다니고, 맛난 음식도 많이 먹고, 그리웠던 고국 친구들도 많이 만날 것이라는 기대감에 잔뜩 부풀어 있었습니다. 도착 후 처음 2주간은 나름 계획대로 잘 보냈습니다. 신나고 행복했죠. 그런데 그 이후 뜻하지 않게 오미크론에 걸려버렸고, 그걸 또 아내와 어머니께 전파하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그 바람에 연로하신 어머니 건강에도 문제가 생겨서 모든 일정을 중단하고, 건강회복과 어머니를 보살펴 드리는데 거의 한 달을 써버렸습니다.
격리 기간 중 아이들 육아를 다 떠맡으시고, 엄마아빠도 없이 아이들을 데리고 강원도 여행까지 다녀오신 장인, 장모님의 수고는 말할 것도 없고, 언니와 형부에게 격리생활 편하게 하라며 집까지 내주고, 조카들을 위해 올 한 해 휴가를 다 써버린 처제에게도 미안함과 고마움에 코끝이 찡합니다.
신 선생은 이제 낼모레 월요일에 가족과 함께 밴쿠버로 돌아갑니다. 동행하는 아내와 아이들이 없었더라면, 복잡한 마음을 잡기 쉽지 않을 듯합니다. 그동안 귀한 시간 내서 저를 만나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고, 제 일정이 마구 꼬이는 바람에 미처 만나지 못한 분들에겐 미안한 마음을 전합니다. 특히 코로나와 어머니 건강문제로 힘들었던 시기에 함께 염려해 주고 조언도 해준 분들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어머니 건강이 예전 같지 않으셔서 앞으로는 한국에 자주 나올 예정이니, 곧 다음 기회가 있겠지요.
모두들 감사했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July 7, 2023
어느덧 일 년이 지나고 다음 주면 다시 갑니다. 이번에는 아내와 아이들을 캐나다에 남겨두고 저 혼자 갑니다. 11살과 8살의 남자아이들을 한 달씩이나 혼자 데리고 있어야 하는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한국에서 특별한 계획은 없습니다. 그저 여름 한철 어머니와 함께 지내러 가는 거니까요. 그동안 늘 혼자 다니셨을 성당 미사에도 같이 다니고, 가까운 맛집이나 찾아다니면서 평소에 혼자서는 잘 못 드셨을 맛난 음식들이나 함께 나눌 겁니다. 일본에 사는 누나도 신 선생의 일정에 맞추어 매형과 조카와 함께 한국을 찾을 예정이라서, 오랜만에 아들과 딸을 모두 만날 생각에 어머니는 설레고 좋으신가 봅니다.
장인, 장모님과 처제 하고도 시간을 보낼 겁니다. 보고 싶은 딸과 손자들이 함께 오지 않아서 얼마나 아쉬우실까요. 그 아쉬운 마음을 가득 담아서 벌써부터 딸과 손자들을 위한 선물을 한 보따리 준비하시는 모양입니다. 한 달 일정이라도 그저 배낭 하나면 충분한 저에게 커다란 여행 캐리어를 따로 가져오라 하십니다. 마음이 넉넉하시고 손이 크신 분들이라 분명히 국제선 수하물 한도인 23kg가 넘을 텐데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