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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시 May 03. 2016

마음의 갈피

32- 찰스 피어스

찰스 S. 피어스, 길가의 소녀(고독), 1889, 캔버스에 유채, 144.2×111.8cm, 개인소장

 강가를 따라 여인이 눈을 거의 감은 듯 내려 깔고 걷고 있다. 손에 책을 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 저 뒷길 풀섶 어느께에 앉아서 책을 읽다가 자리를 떨고 일어난 듯하다. 책갈피를 대신한 손가락이 읽다 만 곳에 걸려 있다. 도저히 내쳐 읽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한번 흔들린 마음의 갈피가 도저히 잡히지 않을 때에는 그래, 걷는 수밖에 없다. 책갈피야 다음에 다시 읽을 때 어디서부터 읽어야 할지 알기 위해서 꽂아두고 다시 찾는 것이지만, 마음의 갈피는 되찾아 가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다시는 곱씹어 보지 않기 위해서 이미 분별이 다 끝나 깨끗하게 정리되어 딱 잡혀 있어야 한다. 마음의 갈피가 잡히지 않는다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책을 읽어도 글자가 눈에 들어올 리 없다. 그냥 정처없이 걷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래도 생각은 계속 맴돌고 그 생각을 따라 고개도 갸우뚱해지지만 그건 아니지 싶기도 하고, 그러다 보면 아무 것도 들리지 않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찰스 피어스(1851-1914)는 그의 초상화와 장르 풍경으로 널리 알려진 화가이다. 미국 보스톤에서 태어났으며 그의 이름은 시인이었던 할아버지의 이름을 따온 것이다. 화가로서 경력을 시작하다 1873년 초기 미국 인상주의자인 윌리엄 모리스 헌트의 충고에 따라 파리로 건너가 레옹 보나르 스쿨에서 공부하였다. 나중에 초상화가로 이름을 날리던 존 싱어 사전트도 그때 같이 배운 동료였다. 프랑스 북부의 농촌 생활에 대한 피어스의 감수성 넘치는 해석은 프랑스 아카데미 농촌 화가들의 주제나 양식과 가까운 것이었다. 한때 이집트나 알제리 풍경도 그렸지만 갈피끈을 프랑스 농촌 풍경에 꽂고 여기에 천착하였다. 1885년 이후 파리에서 20km 떨어진 오베르 수르 우아즈에 정착해 살면서 유리로 된 스튜디오에서 작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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