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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시 May 06. 2016

목마를 타고 떠난

33-에곤 실레

에곤 실레, 화가의 책상, 1914, 104×67cm, 빈, 레오폴트 미술관

     책상에는 책 더미와 촛대, 잉크, 펜과 연필이 있고, 한쪽으로는 펄럭이는 커튼도 보인다. 일종의 상향 촬영기법으로 경사면의 전경을 나타냄으로써 포개어 쌓인 축적물의 형태를 특별히 강조하였다. 이전의 풍경화에서도 보여준 구도이다.

  작은 목마 장난감 두 개가 책상 끝에 놓여있다. 하나는 책과 같은 색조의 연한 갈색이고 다른 하나는 주황색이다. 아무런 장식이나 색깔도 없는 정면의 흰 벽면을 배경으로 자리하고 있어, 아래에서부터 책상 전면에 쭉 널려져 있는 책 더미를 따라 올라가는 눈을 사로잡는다.

  에곤 실레는 장난감을 수집하는 취미가 있었다.  그가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것은 장난감 열차이다. 성인이 되어서도 가지고 놀던 장난감 열차에 대한 애착은 아버지가 철도 역장이었던 성장 환경 때문일 것이다. 실레는 어렸을 때 툴른 역사내에 있는 관사에서 자랐다. 실레는 20대 초반 한 후원자의 호의로 그의 여름별장에서 휴가를 보내게 되었을 때에도 별장에 실레의 그림 한 점이라도 걸어두게 되기를 고대했던 그 후원자의 마음을 여지없이 배반하고 방안에서 장난감 기차놀이를 하며 빈둥거리기도 하였다.

  그는 장난감 열차 외에도 온갖 민속 공예품과 이국풍의 장난감들을 유품 일부로 남겼다. 특별히 값이 나가는 것들이라기보다는 모양이나 색깔 면에서 그가 보기에 자신이 원하는 예술적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것들을 간직했다. 목마도 그중 하나였다. 실레의 다른 그림 <두 아이와 어머니를 위한 스케치>(1915)에서도 그 자신이 수집한 장난감이기도 한 아이들의 장난감중 하나로 목마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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