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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시 May 07. 2016

청기사의 아내

34-아우구스트 마케

아우구스트 마케, 책 읽는 푸른 소녀, 1912, 국립프로이센문화유산박물관, 베를린

  많은 화가들이 연인이나 아내를 모델로 그림을 그린다. 아우구스트 마케(August Macke)도 아내 엘리자베트 게르하르트(Elisabeth Gerhardt)를 모델로 그린 그림들이 많다. 하지만 마케의 그림에 등장하는 화가의 아내는 많은 경우에 책을 읽고 있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엘리자베트는 원래 문학을 하고 싶어 해서 책을 좋아했다. 테게른제(Tegernsee)에 있는 마케의 집 거실을 그린 그림에서도 엘리자베트는 거실 소파에서 책을 읽고 있다. 장모인 소피 게르하르트와 같이 탁자에 앉아 있는 그림에서도 엘리자베트는 책을 읽는다. 평소에 화가의 아내는 책을 가까이 하였고, 화가는 그런 아내의 모습이 예뻤던 모양이다.

  이들 부부는 일찍이 열대여섯 살 때 만나 교우하였으며, 집안끼리도 서로 친근해서 엘리자베트 가족들과 함께 이탈리아나 프랑스 여행도 같이 다녔다. 결혼전 10대 후반에서 20대 초의 이 같은 인근 유럽 여행을 통해 마케는 이탈리아 거장들의 작품을 드로잉하거나 프랑스 인상주의를 접할 수 있었다. 이들은 마케가 22살이던 1909년 결혼하였다.

결혼 생활은 행복하였던 듯하다. 그의 그림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책 읽는 아내 그림 이외에도 가정 생활의 소소한 행복들을 소재로 그린 그림들이 꽤 많이 눈에 띈다. 여러 작품의 아내 초상화를 비롯해, 과일을 내오거나 바느질하고 있는 아내 모습, 아들을 얼르거나 돌보고 있는 모습, 아들의 귀엽고 깜찍한 장난감들, 정원에서 놀고 있는 아이와 엄마, 아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아내 등을 그린 그림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의 단란했던 가정생활이 바로 눈 앞에 전개되듯 그려진다.

  책 속에 모든 것이 들어있다는 말이 있는데, 불행하게도 아내가 보았던 그 많은 책들 속에서 그들의 앞날을 예견케 하는 그 어떤 단서도 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들의 행복했던 결혼생활은 단지 5년 만에 끝나버렸다.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마케는 징집되어 프랑스 상파뉴 전선에 배치되었다. 하지만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1914년 9월 26일 그곳에서 전사하고 말았다. 마케의 나이 27세였다.


  아우구스트 마케는 1887년 독일의 베스트팔렌주(州) 메셰데에서 태어났으며, 뒤셀도르프 미술아카데미에서 수학하였다. 1911년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를 중심으로 새로 결성된 표현주의 작가그룹 ‘청기사파(Der blaue Reiter)’에 합류하여 활동하였다. 일상생활의 정경을 그림의 주제로 많이 삼았으며, 화폭 속에 녹아든 강렬하면서도 밝은 색채가 특징적이다. 일찍 요절한 탓에 영원한 청춘으로 미술사에 살아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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