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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시 May 08. 2016

해병, 책을 읽다

35-야니스 짜로우치스

야니스 짜로우치스, 분홍색을 배경으로 책 읽는 해병

  책읽는 군인들의 그림은 그리 많지 않다. 드물게도 그리스 화가 야니스 짜로우치스(Yannis Tsarouchis: 1910-1989)의 책 읽는 해병 그림이 있어 반갑다. 화가의 친구로 해병이 있어 모델이 되어 주었다. 화가가 전하는 에피소드 하나. 모델이 되어 주기로 약속한 날 그 친구가 약속을 어겼다. 친구가 오지 않자 기다리다 친구 집에 전화를 걸었는데, 친구 어머니가 하는 말이 걸작이다. “우리 아들이 지금까지 내내 해병이었는데...오늘 하루쯤은 해병이 아니어도 괜찮지 않나?”

  야니스 짜로우치스는 20세기의 대표적인 그리스 화가중 하나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르네상스로 표현된 고대 그리스의 이상과 바로크 운동을 결합시켰으며, 동시에 이들 이상을 거부함으로써 현대 그리스의 정체성을 묘사하고 만들어 나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대중적인 호응도 적지 않았던지, 그의 또 다른 책읽는 수병 그림은 2010년에 우표 도안으로도 채택되었다.

  그는 1910년 피래우스(Piraeus)에서 태어나, 1929년 아테네 예술학교에서 수학하였으며, 회화에 그리스 전통을 살려낼 것을 주창한 포티스 콘토글로우(Photis Kontoglou)의 화실에 들어가 비잔틴 이콘화, 대중건축양식 등을 배웠다. 이스탄불, 파리, 이탈리아 등을 여행하면서 유럽의 예술운동을 접하였다. 이때 앙리 마티스, 에두아르 마네, 알베르토 코메티 등 다수의 현대 화가들을 만났다. 1940년 그리스-이탈리아 전쟁 시기에는 잠시 붓을 놓고 군인이 되기도 하였다.

  인상주의와 같은 운동으로부터 스타일과 기술을 받아들이면서도 그만의 독창적인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그는 일생동안 항상 고대 조각이나 민속예술과 같은 그리스의 과거와 현재를 준거로 삼아 그리스의 다양한 정체성을 반영하는 화풍을 보여주었다. 남자들, 특히 군인이나 수병을 그린 그림이 많다. 특이하게도 나비 날개나 천사의 날개를 단 남자 그림도 눈에 띈다. 정치사회적 문제의식을 담고 있는 그림들도 있다. 이를테면 고문 당하는 그림이나 날개를 단 남자를 체포하는 경찰 그림도 그렸다. 그리스의 아테네 마로우시(Maroussi)에 <야니스 짜로우치스 미술관>(http://www.tsarouchis.gr)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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