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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시 May 09. 2016

휴식으로서 독서

36- 프레데릭 프리스케

프레데릭 프리스케, 휴식, 127×177.8cm,  소장처 불명

  책을 읽는 곳은 대개 책상 위이다. 책상에서 읽는 책은 학업이나 직업을 연상케 한다. 물론 여가로서 책읽기가 책상에서 이루어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가장 편안한 책읽기는 소파나 침대에서 드러 누워 읽는 것이다. 자기 전에 침대에 책을 들고 눕는다든지 아예 침대 옆 탁자에 침대에서 읽을  책을 따로 상비해 놓는  것은 애서가의 기본적 성향이다. 소파에서 책을 읽는 것도 당연한 습관일 것이다.

  소파에서는  주로 앉아서  읽지만 누워서 읽는 것도 좋다. 낮에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면서 읽기에는 긴 소파만한 데도 없다. 이럴 때는 아예 베개를 갖다놓고 제대로 자리를 잡고 눕는 것도 한 방법이다. 누워서 읽다보면 몸이 이완되면서 자연스레  눈이 감기는 경우가 많다. 혹은 읽던 책의 한 구절이 가슴에 와닿아 잠시 읽던 책을 덮고 생각에 빠져 들다가 스르르 졸음이 몰려와 잠이 드는 경우도 있다.

  프리스케의 <휴식>이 바로 그같은 독서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 그림의 모델은 그의 아내인 사라 오브라이언 프리스케이다.


 프리스케(1874-1939) 는 미국 인상주의 화가로 1897년 프랑스로 건너가 근 40년을 이방인으로 거주하였다. 그는  정원이나 실내의 여인 그림으로 세계적인 성공을 이루었다. 그의 여인 그림은  바느질을 하거나 책을 읽고 차를 마시며 화사한 양산 밑에 앉아 있는 등 다채로운 모습을 띠고 있다. 미국보다 훨씬 더 자유스러운 프랑스의 분위기에 힘입어 누워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여인이나 거울에 투영된 여인, 누드 여인의 모습에는 감출 수 없는 에로티시즘이 드러난다.

  휴식을 취하고 있는 여인의 모습은 19세기 중상류층  여성상의 일단을 보여준다.


당시 여성들의 상당수는 신경쇠약 증세를 보였고  이에 대한 치유책으로 휴식 처방을 받았다.  의사들은 어떠한 정신적, 육체적으로 무리를 주는 어떠한 행동도 하지 말고 쉬라고 권고했다. 심지어는 책도 읽지 말라고 했다. 그들은 소파나 침대, 해먹에서 조용히 휴식을 취했다. 하지만 책을 좋아하는 이들은 어디 그렇게 할 수 있었겠는가. 병실에서도 책을 붙잡는 게 책벌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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