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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시 May 11. 2016

매혹, 빨간 머리가 아니어도

38- 툴루즈  로트렉

툴루즈 로트렉, 책읽는 사람, 1889, 68×61cm, 개인소장

이 초상화의 주인공은 18살의 엘렌 바리이다.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툴루즈 로트렉이 알고 지내던 이웃이다. 어느 날 그녀의 아름다움이 눈에 들어오게 되면서부터 로트렉은  그녀를 모델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였다. 원래 빨간 머리를 좋아했던 그였건만 한번 매혹되니 빨간 머리가 아니어도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책읽는 시람>은 특별히 화가가 자부심을 가진 작품이다. 로트렉은 1890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20인전의 출품작 중 하나로 이 작품을 골랐다. 그리고 그 무렵 할머니에게 보낸 편지에서 " 불쌍한 벨기에 사람들을 위해 벨기에로  아주 멋진 작품을 가져 갈 것"이라고 썼다. 여기에서 그는 자신의 예술 목표이기도 한 인간의 경험 밑바탕에 놓여 있는 감정적이고 심리적인 실체를 탐색하고 묘사하고 있다.


1888년에서 1889년 사이 로트렉은 엘렌 바리의 초상화를 세 점 그렸다. 다른 작품과 달리 이 작품에서는 그녀가 집안에 앉아있는 모습을 그림으로써 좀더 친근한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복장도 간편한 블라우스 차림에 머리도 풍성한 것을 자유롭게 뒤로 넘긴 채 편안하게 독서중이다. 모델이 앉아  책을 보고 있는 책상의 구도가 대각선으로 전면 아래까지 관람자 쪽으로 이어지고 있어 마치 바로 눈 앞에서 같이 책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이런 구도가  그림의 친밀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방안의 가구들은 비교적 간결한 윤곽 정도로 소화함으로써 시선의 초점을 인물에 맞추고 있다. 시선을 내려깔고서 독서에 집중하고 있는 그녀의 자태는 비록 편안한 포즈이지만 우아하기 이를 때 없다. 선과 색조의 대비도 선명하다. 그녀의 얼굴 홍조는 옷이나 실내 주변 요소의 차가운 색들과 뚜렷이 대비된다.


좋아한다고 다 그것과만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도 그러하고 책도 마찬가지이다. 항상 좋아하는 책만 읽게 되는 것이 아니듯, 늘  좋아하는  사람과만 인연이 닿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연히 읽었다가 좋아하게 된 책이 있듯, 좋아하는 것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어도 어느 순간 어떤 계기로 그 사람이 좋아지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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