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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시 May 12. 2016

마음 읽기

39 - 카미유  코로

카미유 코로, 책 읽다 말고, 1870, 캔버스에 유채, 92.5 x 65.1 cm, 시카고미술관

책을 읽다보면 거기에 빠져드는 경우가 있다. 한번 읽기 시작하여 손을 못놓고 밤을 새서 내처 읽게 되는 책이 그러하다. 하지만 빠져드는 방식에도 여러가지가 있다. 책에 몰입한 나머지 반대로 읽던 손을 놓고 대신 생각에 빠져 들게 만드는 때도 있다. 책을  읽다가 마음을 읽게 되는 경우이다.


카미유 코로의 <책 읽다 말고>는 바로 그 순간을 포착하였다. 코로는 인물화를 거의 전시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장점인 풍경화를 대중들에게 선보이는 것을 더 선호하였다. 그는 이 그림을 그리며 인물의 사적인 경험을 살려내기 위하여 화실의 통제가능한 환경하에서 모델을 준비시켜 그렸다. 그림은 내면을 성찰하는 모습으로 어느 정도 감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낭만주의적 감수성의 정수를 보는 셈이다. 책읽는 여인을 그리는 것은 19세기 미술의 대중적 유행중 하나이다. 코로는 이채롭게도 책을 읽다가 멈춘 순간을 택하여 그렸다.


여인이 입고 있는 옷은 이탈리아 풍으로 화가의 개인적 취향을 보여준다. 모델의 이러한 차림새는 다른 그림에서도 종종 보여지는 것이기도 하다. 코로는 이탈리아 것이라면 모든 것을 좋아하였으며, 한때 이탈리아로 가 몇해 동안 지내기도 하였다. 여기에서 다룬 주제는 비록 전통적인 것이지만 그 기법은 새로운 시도를 취하였다. 직접적이고 과감한 붓질로 인물 형상을 탐색하면서도, 모델의 머리, 목걸이와 귀걸이, 스커트의 주름과 같은 디테일에서의 꼼꼼함으로 보완하고 있다. 그는 풍경화에서 보여주었던 그 자신의 장점인 꿈꾸는 듯한 부드러움과 친밀성을 외형적 구조의 심오한 감각과 결합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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