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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시 May 13. 2016

그 시절 그 기쁨

40-박수근

박수근, 독서, 1950년대, 하드보드에 유채, 20.1×13 cm


  1950년대 전후의 궁핍한 세월을 너나없이 살아나갈 무렵에 그린 그림이다. 단발 머리, 치마 저고리의 한 소녀가 쪼그려 앉아 책을 보고 있다. 이 그림은 2014년 박수근 50주기 기념특별전에서 전시된 작품중 하나이다. 책을 읽고 있는 소녀는 화가의 큰딸이다.


책은 꼭 학업을 위한 것만은 아니다. 그 시절 달리 소일거리나 재미난 놀이도 적었던 시절, 책은 제한적이나마  마음껏 꿈과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었다.  물자도 부족한 가운데 책을 갖는다는 것은 귀한  일이고 책을 읽는다는 것도 귀한 즐거움이었다.


박수근은 궁핍한 시대에 한국적 아름다움을 독창적으로 구현한 화가이다. 그림의 차별적 특징은 우선 바로 눈에 들어오는 질감의 독특함이다. 우둘투둘한 돌의 표면 효과를 보여주는 화면은 박수근 그림만의 특징이다. 그는 이를 표현하기 위해 화강암 조각을 채집하고 연구하여 작업실에서 이를 캔버스에 담고자 노력하였다. 이로써 그의 그림은 한국 산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마애불과 같은 표면 질감을 얻어냈다.

 색감도 대부분의 작품이  암갈색으로 통일되어 있다. 풍요로운 색채에 대한 거부는 무채색의 무미한 세계로 나타난다. 그나마 이 그림에서는 소녀의 고운 앞날을 기원하듯 저고리도 다홍으로, 치마도 청색으로 단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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