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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시 Jun 15. 2016

영혼의 창

59- 리차드 디벤콘

리차드 디벤콘, 창가의 여인, 1957

창이 어떤 해결책을 주는 것은 아니다. 그건 단지 하나의 표상일 뿐이다. 모든 것은 내 안에서 비롯되고 내 안에서 종지부를 찍는다. 그래도 창이 있는 한 우리는 창 밖을 바라보지 않을 수 없다. 이때 바라보는 것은 어쩌면 바깥이 아닌 내면의 풍경일 게다. 뒷모습의 여인이 한 손으로 머리를 짚고 앉아 있다. 번민하는 모습이다. 창으로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전망이 보이지 않아서일까. 터치가 그대로 살아있어 투박하리 만큼 거칠고 색도 별다른 꾸밈없이 가라앉아 있어 안정감을 준다.


리차드 디벤콘(Richard Diebenkorn : 1922-1993)은 원래 추상표현주의 화가이다. 그러다 중간에 구상화로 새로운 모색을 꾀하다가 마지막에는 다시 또 추상으로 회귀하였다.  이 그림은 구상화를 시도하던 시기에 그린 것이다. 이 시기 그가 그린 그림 중에는 창가의 여인 그림이 다수 있다.  이들 그림은 초기 추상화와 인물 및 풍경화의 결합을 보여준다. 그는 고립된 대상을 그리거나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앉아있는 인물들을 많이 그렸다. 앉아있는 인물은 자신의 생각에 몰입한 채 감상적인 자기성찰의 모습을 보여주며, 고요한 가운데 아름다운 슬픔의 정조까지도 느끼게 해 준다. 눈이 영혼의 창이라 이야기하는데, 디벤콘은 인물을 그리되 눈이 없는 인물을 그린다. 그는 그럼에도 이들 영혼의 내밀한 슬픔을 표현해내는 마술과도 같은 기량을 보여준다.


화가는 뉴멕시코, 일리노이, 캘리포니아 버클리 등지를 옮겨 살면서 풍경이 대한 관념을 탐색하기 시작하여 이들 지역의 지형과 분위기에서 느끼는 인상을 그림에 담았다.  추상표현주의에 대한 대중들의 용인을 배경으로 그는 추상 회화에서 비판적인 성취를 이루었다. <해체된 돼지>로 대표되는 1950년대 초 구상 해체기에는  주로 정물과 풍경에서 구상의 해체를 보여주었다. 이후 1955년경부터 추상 회화에 만족하지 않고 구상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가 1967년 다시 추상의 세계로 한다. 주요 작품으로 <버클리 시리즈>, <오션파크 시리즈> 등이 유명하다. 그의 추상화는 고요 속의 긴장을 보여준다는 평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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