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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시 Jun 19. 2016

열려있는 밀실

61- 데이비드  봄버그

데이비드 봄버그, 창가에서, 1919, 캔버스에 유채,          74.8 ×48cm, 런던 벤어리미술관

머리에서  발끝까지  온통 검은 색으로 치장한 여인이 창가에서 밖을 내다 보고 있다. 그런데 한 손으로는 턱을 괴고 다리 한 쪽은 의자 위에 올리고  있는 독특한 자세이다. 허리 아플 때 이처럼 한 다리를 올리고 있으면 통증이 덜하다는데, 그녀도 요통을 앓고 있었나. 아니면 단순한 구도상의 장치일  뿐인가.


제작년도인  1919년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전후의 힘든 시기이다. 아마도 여인의 검은 의상은 애도의 표시일 게다. 화면  가득 창틀과 창문, 의자의 직각 선들이 갑갑함을 넘어 밀실공포증을 야기한다. 창이 열려 있으나 전망은 막혀 있다.


데이비드 봄버그(David Garshen Bomberg: 1890-1957)는 영국 화가로 화이트채플 보이즈 (Whitechapel Boys)의 일원이다. 피혁업에 종사한 폴란드계 이민자의 아들로 버밍햄에서 태어났다.  석판화가의 도제로 일하면서 시티 앤드 길즈 인스티튜트의 야간반에서 월터 베이스에게 배웠고, 유태인 교육협회  지원으로 슬레이드 미술학교에서 공부했다.


그는 보티시즘 운동에 동조하여  활동했으며, 큐비즘과 미래주의의 영향을 결합시킨 복잡한   기하학적인 구성 시리즈를 그렸다. 여기에서 그는 강력한 색상을 제한적으로 쓰는 한편 인물을 각진 형태로 단순하게 변형시키는 방법을 전형적으로 사용하였다. 대표적인 것이 <진흙 목욕>이다.


이후 다시 구상회화로 넘어와 인물화와 풍경화를 그렸다. 잠시 보로폴리테크닉(현재의 런던 사우스뱅크대학)에서 교편을 잡기도 하였다. 죽을 때 거의 무일푼이었으며 작품도 대부분 팔리지 않고 창고에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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