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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시 Mar 03. 2016

창턱에 앉아

37 - 위어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환하고 따뜻해 보인다. 창턱에 앉아 있는 여인의 드레스도 흰색이고 벽의 색도 흰색으로 전체 화면이 산뜻하다. 손으로 낸 태가 분명한 창에 댄 나무 창틀 역시 정교함보다는 다듬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묻어난다. 창 아래로 바로 벽을 떨어트리지 않고 턱을 내 앉을 자리를 마련한 게 창턱 자리 window seat 이다.  그 아담한 공간에서 따사로운 햇빛을 받으며 책을 읽거나 바느질을 하거나 차를 마시거나 하였다. 조명이나 난방이 여의치 않았던 옛날에는 요긴한 실내 짜투리 공간이었을 것이다. 형편이 나아진 요즈음에도 물론 전망이 좋은 집에는 실내 건축 인테리어 공간으로 창턱 자리를 활용한다.

 

  줄리안 앨든 위어 Julian Alden Weir; 1852~1919 는 미국의 인상주의 화가이다. 1852년 뉴욕주 웨스트포인트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웨스트포인트군사학교의 드로잉 교수이자 뛰어난 초상화가였던 만큼 재능을 물려 받아 어려서부터 그림에 소질을 보였다. 국립디자인아카데미에서 수학하였으며 나중에 파리 에콜데보자르에서도 공부하였다. 4년 동안 유럽의 여러 나라를 주유하며 견문을 넓히고 돌아와 뉴욕에서 후학을 가르치며 그림을 그렸다. 파리 유학 시절 인상주의 전시회를 보고 두통이 날 정도로 끔찍했다고 했지만, 나중에는 미국내의 기존의 보수적인 아카데미 화풍에 맞서 새로운 형태의  미국 인상주의를 개척하는 신예그룹  "더 텐"The Ten 의 일원이 되었다. 나중에는 국립디자인아케데미 회장도 역임하였다.

 

  미국으로 돌아온지 얼마되지 않아 그는 후원자로부터 코네티컷의 브랜치빌 농장을 구입하여 생애 후반부 36년 동안 그곳을 거처로 작업하였다. 153 에이커(약 62만㎡)에 달하는 거대한 이 농장의 구입 방식이 좀 특이한데, 그림 한 점과 10달러에 구입하였으니 이또한 후원의 한 형태였다. 그는 이 곳에서 19세기말 한창 진행되던 산업화의 물결 속에서 잊혀져 가는 미국 전원 풍경을 인상주의 화법으로 잘 그려내었다.  그림의 배경도 혹 이 농장이지 않았을까 싶다.

 

  그는 말년에 투병 생활을 할 때에도 이 곳 농장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관조하며 마지막 나날들을 보냈다. 자신의 일생을 되돌아 보며 남긴 말이 겸양하기만 하다. "실제로 난 내가 무엇을 가장 잘하는지 모른다. 나는 내가 어부이자 꿈꾸는 사람이고 자연을 사랑한 사람이라고 믿는다. 만약 120살까지 산다면 예술가가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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