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 존슨
두 개의 보스포러스라니, 창으로 보이는 항구와 창에 비치는 항구를 일컫는 것일 게다. 열어 젖힌 창에 비친 반대편 항구의 모습은 창의 각도 때문에 건너편 창밖 풍경과는 다른 모습이다. 반사된 것이라 채도도 달라 원래의 자연색보다 더 짙은 색깔을 띠고 있다. 하늘이나 바다의 색을 비교해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보스포러스는 유럽과 아시아를 가르는 해협으로 지중해와 흑해를 잇고 있으며 터키의 이스탄불이 양안에 위치해 있다. 역사적으로 기독교 세력과 이슬람 세력이 서로 충돌했던 요충지였다. 두 개의 보스포러스는 동일한 지역을 시대에 따라 각기 차지하며 달리 불렀던 동로마 제국의 콘스탄티노플과 오스만 제국의 이스탄불을 상징하는 것처럼도 보인다.
우리가 대상을 바라볼 때도 그러하리라. 내가 바라보는 시선에 의해 보이는 부분으로서의 대상이 있을 것이고, 다른 시선에 의해서 보여지는 부분으로서의 대상이 각기 달리 있을 수 있다. 이 두 개의 대상을 종합할 수 있을 때만이 보다 그 본질에 가까운 대상의 인식이 가능할 것이다. 하나의 시선, 자신만의 시선만을 고집하는 것이 얼마나 편협된 것인가를 문득 자성해 본다.
미첼 존슨 (Mitchell Johnson; 1964~ )은 미국 사우스케롤라이나 록힐 태생이다. 버지니아 랜돌프-마콩 대학과 뉴욕 파슨스디자인학교에서 수학하였다. 현재는 샌프란시스코 팔로알토 지역에 스튜디오가 있으며, 유럽에도 거처를 두고 프랑스, 이탈리아 등지를 오가면서 작업하고 있다. 90년대 초에 프랑스 악상프로방스 외곽에 거주하면서 풍경화를 그렸으며, 이후 이탈리아 시에나 남쪽 토스카나에서도 작업을 하였다. 그의 초기 빛에 대한 관심은 점차 색깔에 대한 매료로 진전되었다. 색깔에 대한 탐구는 코로와 모란디, 페어필드 포터와 뷔야르에 힘입어 그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었다. 이탈리아에서의 색깔은 대부분 회색이나 땅의 색을 준거로 하고 있으며, 이러한 이해는 바로 모란디를 통해서 가능하였다는 점에서 이들 가운데 모란디가 가장 중요하다고 화가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2004년 경부터는 덴마크의 보른홀름 섬 여행과 2005년 볼로냐의 모란디 미술관에서 있었던 조세프 알버스 전시회가 계기가 되어 그의 그림에서 추상으로의 변화가 이루어졌다. 추상과 구상이라는 두 개의 시선을 모두 취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그의 그림을 보면 색의 오케스트라 향연 속에서 구상과 추상으로의 시선 전환이 한 그림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