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 에드워드 호퍼
모든 싱글들은 달콤한 커플을 꿈꾼다. 그러다 매일 헤어지기 싫어지게 되면 결혼을 한다. 그러나 신혼의 단꿈에서 깨어나면 권태로운 일상이 되풀이되고 오랜 친구였던 외로움이 다시 찾아온다. 인간에게 고독은 숙명이다.
유리창 너머 한 가정집의 실내 정경이다. 부부인 듯한 남녀가 원탁의 테이블에 마주 앉아 있다. 바깥으로 짙은 어둠의 그림자가 생기는 것으로 보아 때는 저녁이다. 막 귀가한 차림의 남자는 정장 조끼와 와이셔츠를 갈아 입지도 않고 쇼파에서 신문만 들여다 보고 있다. 여인은 그런 남편이 야속하여 살짝 삐진 것 같다. 등을 돌려 남편을 외면한 채 애꿎은 피아노 건반만을 손가락 하나로 눌려 보고 있다. 아침에 있었던 가벼운 말다툼의 여파일까. 부부 사이는 테이블 거리보다 훨씬 더 멀기만 하다.
그림은 평범한 도시민의 일상을 보여 준다. 등장인물은 특별한 개인이 아니다. 어느 집 풍경에서도 나옴직한 정경이고 인물이다. 등장인물의 얼굴이 뭉개져 있어 구체적인 개인을 표현한 것이 아니라 도시의 어느 창문에서도 볼 수 있는 거주민의 한 전형을 그린 것일 뿐이다. 뉴욕의 방이 아니라 서울의 방이라 해도 무방하다.
에드워드 호퍼는 어떤 독특한 개별성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 개별성의 특질이 모두 사상(捨象)되고 남는 전형성을 포착하고자 하였다. 그의 그림은 도시의 외로움을 보여주는 도시심리학으로 읽힌다. 군중 속의 고독이 아닌 도시민들의 구체적 관계 속에서의 외로움, 또는 실존적 자아 앞에서의 고독을 착 가라앉는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정경으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