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 존 레지스터
빈 자리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 아쉬움, 추억, 상처, 후회, 그리움, 막막함? 그래도 다행인 것은 "비어 있음"이다.
전면의 통창 앞에 빈 의자가 네 개 놓여 있다. 의자의 주인들은 모두 떠나고 그림자만 의자 뒤로 길게 남아있다. 창으로는 포도, 모래사장, 바다, 하늘이 추상화처럼 직선으로 구획되어 연이어져 있다.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다. 에드워드 호퍼의 <햇볕 속 사람들>과 분위기가 비슷하다. 다만 풍경이 실외에서 실내로, 배경이 들판과 산에서 모래사장과 바다로 바뀌었고, 의자에 앉은 사람들이 빠져 있을 뿐이다.
존 레지스터는 이처럼 호퍼를 연상시킨다. 이들은 주제로 실내정경을 다루는 방법이나 현대인의 소외를 다루는 것도 서로 유사하다. 하지만 호퍼가 도시민의 고독을 대상으로 다루었다면, 레지스터는 그림을 마주 하는 우리들의 고독을 직접적으로 일깨운다.
그들의 외로움이 아니라 우리들 자신의 외로움과 정면으로 대면시키는 것이다. 호퍼의 그림에서 사람들이 빠져 나가면 레지스터의 그림이 된다. 그의 그림에는 사람들이 부재한 장소에서의 서늘한 아름다움이 있다.
레지스터(John Register: 1939-1996)의 그림들은 주로 사람이 없는 미국의 풍광들을 그린 것들이다. 예컨대 네바다의 빈 커피숍, 로스앤젤레스의 오래된 호텔, 남서부 사막의 버스정류장 등을 묘사하고 있다. 그 이유를 화가 스스로 답하길, 만약 자신의 집 실내를 그렸다면 그건 너무 특수한 것이라 모든 사람들이 경험할 수 없는 것이어서 공감을 얻지 못했을 것이라 하였다. 모든 사람들이 공유하는 보편적인 것에 주목하였던 것이다.
레지스터의 빈 의자 그림은 그래서 내가 앉았던 자리이고 또한 당신이 앉았던 자리이기도 하다. 비록 지금은 그 자리에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