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카유보트
르누아르가 여가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귀스타브 카유보트는 스포츠에 더 관심을 기울였다. 그는 보트 경주나 노젓기에 천착하였으며, 나중에는 스스로 배를 디자인하거나 직접 제작하기도 하였다. 그림의 배는 페리스와르(perissoires)라 부르는 작은 배로 무게가 매우 가볍고 밑이 평평하여 다소 불안정하지만 속도가 빠르다. 그림의 시점이 배 위의 노 젓는 사람 바로 뒤에서 낮게 따라가고 있어 노를 젓는 다음 순간에 강물의 물방울이 금방이라도 얼굴에 튈 것같은 느낌을 준다. 구도 자체도 배와 인물을 좌측으로 밀어넣고 중앙에 노를 위치시켜 배가 나아가면서 솟구치는 강물의 반사된 물결로 관람객의 시선을 집중시키도록 만들고 있다.
<소형배>의 경우는 반대로 배가 물살을 가르며 다가오는 형태로 구도를 잡았다. 하지만 시점은 마찬가지로 낮게 깔려 있어 관람객은 강의 한 가운데에서 수면과 맞닿아 뒤로 진행하고 있는 듯한 착각을 준다. <예르 강의 노젓는 사람들>은 아예 배경은 무시하고 노를 젓는 배 안을 보다 클로즈업시키고 있다. 전경의 인물은 그림 밖으로 곧 튀어 나올 듯하다. 이러한 시점은 강의 바깥에서 배를 바라보는 구경꾼의 시각이 아니라 배를 같이 타고서 경주에 참여하고 있는 참가자의 시각에서만이 가능한 시야를 보여준다. 수상 스포츠를 직접 즐겼던 카유보트만이 보여줄 수 있는 조망이다.
카유보트의 보트 그림들은 이밖에도 여럿 있는데, 파리 센 강에서부터 카유보트의 집안 별장이 있던 예르 강과 프티젠느빌리에, 또 휴가를 보냈던 노르망디 해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럼에도 카유보트의 보트 그림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한 가지 특성은 그것이 남성들을 소재로 힘이나 역동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르 강의 노젓는 사람들>이나 <탑햇을 쓰고 노젓는 사람>을 보면, 남성 인물들이 노를 저으며 팔을 뻗고 당기는 각도며, 힘을 주는 데 따라 불끈거리며 쏟구치거나 들어가는 팔의 근육, 손가락을 쥔 모습에서 드러나는 손의 악력 들이 생생이 느껴질 정도로 잘 묘사되어 있다. 보트에서 강렬한 햇빛을 막기 위해 대개는 가볍고 간편한 밀짚모자를 많이 쓰는데, 남성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탑햇을 쓰고서 노를 젓고 있는 모습은 다소 의아하게 비쳐질 수도 있겠다. 짐작컨대 예정에 없는 뱃놀이임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배를 타고 싶다는 여성의 간청을 기꺼이 받아준 남성의 포용력 넓은 신사도와 강인함을 과시하는 듯이 보인다.
비록 경주를 하지 않더라도 배에서 노를 젓는 것은 상당한 운동량을 요구한다. 그래서인지 노젓기는 의사들의 운동요법 처방의 한 형태로 선택되기도 한다. 신경쇠약으로 어려움을 겪던 프란츠 카프카는 1913년 9월 프라하를 떠나 이탈리아로 요양을 위한 여행을 떠났는데, 그 곳 요양원의 의사로부터 식이요법과 더불어 신선한 공기를 많이 마시고 노젓기를 많이 하라는 권유를 받고, 실제로 인근 호수에서 배를 타고 열심히 노를 저었다. 물론 배 앞 자리에는 여행지에서 처음 만난 묘령의 여인이 앉아 있기는 하였지만 그렇다고 운동효과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