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꿈꾸는 창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시 Sep 06. 2016

안온한 공간

70 - 뷔야르

에두아르 뷔야르, 노란 커튼, 1893, 캔버스에 유채, 34.8 × 38.7 cm, 워싱턴 국립미술관


창을 통한 외부의 시선을 가리는 용도로 커튼이 사용된다.  뒤집어 이야기하면 커튼이 있는 자리가 창이 있는 자리가 된다. 실내 정경을 많이 그린 뷔야르의 그림 중에 이 커튼을 제목으로 한 것이 있다. 그것도 색감이 따뜻한 노란 커튼이다. 침대의 색감도 같은 계열로 통일감을 준다.


창의 기능 중 하나가 차단과 구별이지만 커튼이 드리워진 창은 이같은 점이 더욱 증강된다. 외부의 시선을 차단하고 독자적 공간에서 자신만의 프라이버시를 지킬 수도 있다. 커튼에 따라서는 빛의 차단을 완벽하게 하여 필요하면 한낮에도 컴컴한 밤처럼 숙면을 잘 수 있도록 해 주기도 한다. 창으로 바깥 전망과 연결된 어떠한 방이라도 일단 커튼을 치면 이제 방은 다른 구별된 공간으로 변한다. 그것은 타자의 시선을 포함한 외부 환경이 갖는 어떤 탐색적 긴장이나 대립, 또는 다툼의 무대 공간에서 막이 내려지는 것과도 같다. 이제는 쉴 때인 것이다. 아직 침대가 흐트려지지 않은 것으로 보아 이제 곧 모든 것이 풀어지는 안온한 순간이 오기 직전이다.


에두아르 뷔야르는 이처럼 실내 정경이나 풍경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인상을 통해 19세기 후반의 파리 생활을 묘사하는 다수의 그림들을 남겼다. 그는 구체적인 개인들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프랑스 사회나 생활상을 그림의 주요 주제로 삼았다. 그는 직접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하였다. "나는 초상화를 그리지 않는다.  나는 배경 속에 있는 사람들을 그린다. "  실험극장에 관여하기도 하였던 뷔야르는 대규모 작품이나 벽화를 제작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유명 작품 일부는 나비파에 속해 활동하였던 초기에 만들어진 것들이다. 뷔야르의 작품 스타일은 단순한 형태와 색면, 장식적인 요소의 사용을 특징으로 한다.  <노란 커튼> 역시도 이같은 특징들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간결한 일상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전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