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후안 그리스
올봄 뉴욕의 옛날 휘트니미술관 자리에 새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분원인 "메트 브로이어(Met Breuer) "가 개관하였다. 이때 개막전으로 르네상스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역대 유명화가들의 미완성작들을 전시하였다. 후안 그리스의 <책읽는 여인>도 그 전시회에서 전시된 작품중 하나이다.
서로 다른 초점을 보이는 밑그림 드로잉의 선들이 선명하게 보인다. 작품의 구도를 어떻게 가져가려 했는지도 엿볼 수 있다. 후안 그리스는 큐비즘에 더해 화면구성에서 계란형 얼굴 형태나 하단의 진한 배경선의 흐르는 듯한 선 처리와 같은 감각적 요소를 덧붙였다. 이 작품은 화가의 건강이 나빠지면서 폐기했던 일련의 미완작들 가운데 하나이다.
그럼에도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그 자체로 완성작 같은 느낌을 준다. 아직 칠해지지 않은 하단의 공백 면들이 우리들 미완의 인생을 그려 놓은 것처럼도 읽힌다. 이것보다도 더 담백한 책읽기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