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시 Oct 17. 2016

여름햇살

50-차일드 하삼

차일드 하삼, 여름햇살, 1892, 캔버스에 유채,  61.5x 51.4 cm, 이스라엘 미술관

    한여름의 해변가에서도 책에 대한 열정은 뜨거운 햇살만큼이나 강렬하다. 햇볕을 피하기 위한 양산도 한쪽에 접어 놓은 채 환한 햇볕 속에서 한 여인이 바위에 기대어 책을 보고 있다. 휴가지에서의 풍경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런데 저런 자세로 책을 보노라면 등이 많이 배길 것이다.

    책읽는 사람들의 모습은 인상주의 회화에서 종종 등장하는 소재이기도 하다. 무심하게 책에 집중하고 있는 등장인물들은 어떠한 드라마나 이야기도 없이 그저 객관적으로 표현되어 있기만 하다. 여기에서도 아무런 이야기의 단서도 없이 그늘 속 얼굴 윤곽도 잘 드러나지 않는 익명의 여인이 멀리 바다가 보이는 바위 틈 사이에서 책을 보고 있다.  

    이 그림을 그린 하삼( Frederick Childe Hassam, 1859-1935)은 원래 뉴욕시를 그린 그림들로 유명하다. 그중 하나인 <빗속의 거리>는 성조기를 배경으로 1차 세계대전 참전을 요구하는 뉴욕 시민들의 빗속 행렬을 그린 것으로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 걸려 있어 더욱 많이 알려져 있다.

    그의 또다른 그림 소재로 뉴잉글랜드의 여름 휴양지 풍경 그림이 있다. 이 풍경 그림은 대부분 쇼올 제도(the Isles of Shoals)에서 그린 것들이다. 이 섬들은  뉴햄프셔 연안에서 대서양쪽으로 10여 마일 떨어져 있는 유명한 여름 휴양지이다. 급속한 도시화의 열풍 속에서 떨어져 나와 고립되어 있던 이들 섬들은 야생의 자연 풍광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작가나 음악가, 예술가 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하삼 역시도 이 섬에 반하여 30여년 가까이 매 여름마다 이 곳에 와서 그림을 그렸다.

    <여름햇살>은 그때 그린 작품중 하나이다. 그림의 배경은 쇼올 제도중 한 섬인 애플도르프이다. 이 섬에는 그의 친구인 셀리아 택스터가 집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하삼은 파리로 건너가 인상주의로부터 크게 영향을 받았는데, 이 그림에서도 그 흔적을 볼 수 있다. 전경뿐 아니라 배경에서 인물과 풍경을 연결시키기 위해 특정한 색조를 반복적으로 두드려 터치하는 것은 모네의 그림에서 자주 발견되는 고안 방법이다.  

    환한 햇볕과 시원한 바닷바람이 외딴 섬에서의 청량한 여름 한때, 스스로 찾은 고립감과 명상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담백한 책읽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