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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시 Oct 20. 2016

금남의 집

76-존 프레데릭  루이스

존 프레데릭 루이스, 하렘, 1876, 마호가니 판넬에 유채, 91.1 x 114 cm, 버밍햄미술관기금


하렘은 이슬람 세계에서 궁궐내 후궁이나 가정의 내실을 가리키는 것으로 가족 이외에는 남자들의 출입이 금지된 곳이다. 여성들은 이곳 금남의 집에서 격리된 생활을 하며 노예들의 보살핌을 받았다. 그런데 어떻게 외부인인 남자 화가가 들어가 그곳의 그림을 그릴 수 있었을까. 


당시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서구 세계의 동경은 그림에도 투영되어, 많은 오리엔탈리즘 회화들이 그려졌다.  존 프레데릭 루이스(John Fredrick Lewis , 1804-1876)는 오리엔탈리즘 화가로 이름을 알린 영국 화가이다. 그의 아버지도 풍경화 화가였으며, 그의 동생들도 화가였다. 그는 동양이나 지중해의 풍속들을 수채화나 유화로 세밀하게 그려냈다. 30대 중반 무렵부터 이집트 카이로에서 10여년 동안 거주하였으며, 영국으로 돌아와서는 중동생활 풍습을 사실주의적으로 묘사하거나 이집트 상류층의 집안 실내를 이상화한 그림들을 제작하였다.  대부분 드로잉으로 그린 것들을 토대로 수채화나 유화로 그렸다. 장 레옹 제롬과 같은 오리엔탈리즘 화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하지만 중동 여인들에 대해 외설스런 관심을 기울인 다른 화가들과는 달리 그 스스로는 누드화를 그리지 않았다. 여기 <하렘> 그림에서도 그곳 여인들의 평범한 일상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였다.


일반적으로는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동경이 색다른 것에 대한 욕망의 투사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하렘에 대한 묘사는 그런 점에서 몰래 또는 드러내 놓고 들여다 보는 욕구를 충족시키기도 하였다. 그 금남의 공간은 언뜻 생각하면 답답한 폐쇄와 억압의 공간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림으로 접하는 그 공간은 편안한 일상의 삶이 전개되는 곳으로 보인다. 뚫려 있는 창으로 보이는 외부의 바다 풍경들이 제한적이나마 오히려 개방감을 확보해 준다. 실내의 여인들의 표정도 흑인 하녀만 빼고는 모두 온유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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