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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시 Dec 20. 2016

체스

60- 로버트 베레니

로버트 베레니, 체스 설명서를  읽고 있는 여인, 1927-1928, 캔버스에 유채, 66.5×90cm


제품 사용 설명서처럼 인생의 사용 설명서가 있다면 인생살이가 조금 더 수월할까? 아무런 설명서도 없이 제각기 주어진 삶을 살면서 좌충우돌 시행착오를 겪는다.  그 과정에서 깨지기도 하고 더 단단해지기도 하면서 제 앞의 생을 살아나간다. 우리는 그냥 던져진 존재일 뿐이다. 현자들의 잠언이 그나마 인생 사용 설명서를 대신해 참고가 될까. 그러나 그것도 깨우친 이의 교훈이라 인생의 이정표 기능은 하지만 걸음 하나하나를 어떻게 내딛어야 할 지를 가르쳐 주지는 않는다. 우리는 다만 대가를 지불하고 스스로 깨우칠 뿐이다.


인생은 도박이라고들 하지만 그것이 다인 것은 아닌 것 같고 굳이 그 말에서 의미를 찾는다면 생의 의외성과 복잡다기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물론 위험부담도 중요한 수용 요소중 하나이다. 바둑이나 장기를 인생에 비유하는 것도 그 오묘한 변화의 무한한 수 때문이다. 그래서 바둑 돌이나 장기 말의 행마가 마치 우리네 인생길 같게도 여겨진다. 욕심부리거나 상대를 생각하지 않고 나만 생각하면 반드시 탈이 난다.


한 여인이 쇼파에 비스듬히 앉아 서양식 장기인 체스의 사용설명서를 읽고 있다. 하얀 책상 위에는 짙은 색의 체스판이 놓여 있다. 구도나 색감이 대담하고 간결하다. 그런데 말들은 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말들은 어디에 있는가. 설마 우리들인가?


 로버트 베레니(Róbert Berény:  1887-1953)는 부다페스트 태생의 헝가리 화가로 20세기 초 헝가리 예술계에 큐비즘과 표현주의를 소개한 아방가르드 그룹인 8인회 멤버중 하나이다.  파리 유학 시절 세잔의 영향을 받았으며 야수파 운동의 색상 사용을 채택하여 헝가리 야수파로 받아들여진다. 한때 예술총국의 회화 부분 책임자로도 관여하였으나 정치적 부침으로 독일 베를린으로 이주하여 7년간 국외생활을 하기도 하였다.  나중에 다시 국내로 돌아와 부다페스트에 있는 헝가리 미술대학에서 교편을 잡았다. 2차세계대전 중에는 아뜰리에가 폭격을 맞아 많은 작품들이 파손되는 불운을 겪기도 하였다. 동유럽의 정치적 정세 변동 이후로 헝가리 초기 근대 예술가로서 재조명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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