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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시 Dec 21. 2016

오수 독서

61- 빅토르 팝코프

빅토르 팝코프, 7월의 가족, 1969, 캔버스에 유채, 150×188 cm, 미네아폴리스 러시아미술박물관


한 가족이 풀밭 위에 담요를 깔고 누워 여름 더위를 피하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아버지는 웃통을 벗고 누었고 아이는 아예 발가벗은 채 잠이 들었다. 남편에게 기댄 채 아이에게 한쪽 무릎을 내준 엄마는 아들의 낮잠을 인도하듯 그의 한 손을 잡고 있으며, 다른 한 손으로는 책의 문장을 손가락으로 따라가며 독서중이다. 아이가 꿈나라로 가고 있는 동안 엄마는 책나라에 빠져들고 있다. 하지만 그러다 그녀도 조만간 아이따라 꿈나라로 갈 지도 모를 일이다.


이 그림은 특이한 시각을 포착하고 있다. 즉, 누워 있는 아버지는 바깥쪽을 바라보고 있지만 동시에 관람자를 마주 보고 있으면서 하늘도 올려다 보고 있다. 화가의 전작품 중에서 이 그림은 드물게도 목가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한 가족이 서로 의지하여 맞닿아 그리고 있는 사각형의 구도가 가족들을 견고하게 보호하고 있는 형상을 취하고 있다. 아버지의 근육질 상반신 음영은 이 보호의 강건함을 표현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모자의 분위기는 유순하고 평화롭기만 하다. 그런데 아버지의 눈동자가 약간 비어 있는 듯이 보이는 것은 왜일까?


빅토르 팝코프(Viktor Efimovich Popkov: 1932-1974)는 모스크바 태생의 러시아 화가로 사회주의 리얼리즘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으며, 1960년초에 공식적으로 승인받은 엄격 양식을 주도하는 주창자였다. 시베리아 도시들을 여행하면서 엄숙성이 강조되는 이 양식의 그림들을 다수 그렸다. 후반 들어서는 민속예술이나 이콘화에 고무되어 독자적인 표현주의 쪽으로 기울었다. 트레티야코프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그의 작품들에서 드러나듯이 과거 전체주의 사회의 전통적인 정치선전 작품이라기보다는 소비에트 사회의 개인화된 생활을 강조하는 차별적인 소재들을 담고 있다. 불행히도 그는 1974년 경비원에게 우발적으로 총에 맞는 사고를 당해 갑작스럽게 사망하였다. 그의 <7월의 가족>은 2010년 뉴욕 소더비 경매에 나와 872,500달러에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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