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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시 Dec 18. 2016

가족사진

59- 막스 베크만

막스 베크만, 가족사진, 1920, 캔버스에 유채, 65.1 x 100.9 cm, 뉴욕 현대미술관

작가들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자전적인 작품을 쓰듯, 화가들의 그림에도 그들의 경험들이 투영된다. 막스 베크만의 경우도 그러하다. 그는 제1차 세계대전 때 군대에서 위생병으로 복무하였다. 이때 그는 죽거나 불구가 된 군인들의 모습을 통해 직접 전쟁의 공포를 목격했다. 그 충격으로 그는 신경쇠약에 걸려 결국 1915년에 제대하게 된다. 이후로 미술 양식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 자신이 겪은 불안과 공포, 정신적 외상들이 그의 그림에 반영되기 시작한다.


<가족사진 >도 그 한 보기이다. 아이와 여자들로 이루어진 가족에서 유일한 성인 남자는 가족의 참담한 상황을 인식하고 있다. 비록 상처를 받았지만 어느 점에서는 이를 초월해 있다. 그가 들고 있는 꼬인 호른이 암시하고 있듯, 그는 전쟁에서 불구가 되었으며 거세되어 있다.


이 작품은 테이블을 둘러싸고 있는 세 여인들에 의해 드러나고 있는 인생의 단계에 대한 우화를 담고 있다. 가운데 젊은 여인은 감상에 젖어 있으며, 나이든 여인은 절망에 빠져 있다. 오른쪽 끝의 세 번째 여인은 시사적 사건에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며 신문을 읽고 있다. 신문을 읽는 여인은 다른 두 여인들이 모두 자신에게만 빠져 자기연민 상태에 있는 것과는 반대로 지극히 현실적이다.


이 그림이 다루는 또 하나의 하위 주제는 허영이다. 거울을 보며 머리를 매만지고 있는 여인은 나르시시스트적이지만 아무도 그의 아름다움을 쳐다보지 않고 있다. 그녀의 아름다움에 경탄을 보내줄 젊은 남자는 전쟁에서 죽어버렸다. 그녀의 가족은 모두 무관심하여 이를 알아차리고 있지 않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칙칙한 다락방 공간이 암시하듯 짧고 순간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녀는 인생의 우화 가운데 절망적인 부분을 보여주고 있다. 


복잡하고 어지러운 방안에 촛불들이 여럿이다. 가운데 테이블 위 촛대의 촛불 셋은 테이블을 둘러싼 세 여인들을 상징하듯 불꽃 높이도 제법 높다랗게 솟아있다. 반면 거울을 들고 치장하는 여인과 남자 사이에 놓여 있는 촛불은 그을음을 남긴 채 꺼져 있다. 아래쪽  바닥에 엎드려 책을 보고 있는 아이 옆의 촛불은 아직 환히 타오르고 있지는 않지만 여전히 건재한 채 주변을 밝혀 주고 있다. 아이들은 절망적 상황에서도 여전히 우리들의 희망이다. 특히 책읽는 아이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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