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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시 Dec 26. 2016

쉬, 잠 깰라

62- 장 퓌

장 퓌, 잠자는 작은 요정, 1906, 캔버스에 유채, 74.5×94.5 cm, 개인소장

책을 읽다 보면 가끔은 도둑고양이모양 살금살금 걸음을 내딛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책에 몰두해 있다 보면 어느새 주위 사람이 그만 잠이 들어 있어 혹시 잠을 깨울까 보아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되기 때문이다. 아니면 책을 읽어 주다가 상대방이 잠이 들었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아이에게 자장가 대신 책을 읽어 줄 때 그렇다. 팔베개라도 하고 있다가 몰래 살짝 뺀다고 뺐는데 그만 눈을 똑 떠버리면 낭패도 그런 낭패가 없다.


그림에는 아이가 아니라 다 큰 처녀가 침대 모양의 카우치에 누워 있다. 카우치 뒤 벽에 큰 거울이 있어 앞쪽의 상황을 짐작케 하는데, 두 남자가 조심스럽게 방 밖으로 나가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거울 중앙의 책을 든 남자는 머리도 좀 벗겨진 듯하고 구레나룻으로 보아 아버지인 것 같고, 오른쪽 커튼 쪽으로 빠져 나가기 전에 혹시라도 깨지는 않았나 살펴보는 남자는 좀더 젊어 보이니 오빠라도 되지 않을까 싶다.  부녀와 오누이가 같이 책을 읽어주고 듣고 있다가 그만 딸아이가 잠이 들어 버려 몰래 피하는 상황을 포착했다.


장 퓌(Jean Puy: 1876~1960)는 프랑스의 야수파 화가이다. 리옹의 에콜드보자르에서 건축을 공부하였으며, 파리  줄리앙아카데미에서 미술을 공부하였다. 카르에르 아카데미에서 앙리 마티스와 만나 일군의 야수파 집단에 합류하는 계기가 되었다. 1901년 전시회를 가지고 나서 인상주의 화풍으로 독립예술가전시회에도 참가하였다. 이후 야수파 탄생의 기점이 된 1905년 가을 살롱전에 다른 야수파 화가들과 함께 작품 전시를 하였다. 그즈음에 그려진 <잠자는 작은 요정> 역시 과감한 필선하며 눈을 잡아 끄는 현란한 색감이 야수파의 화풍을 드러내고 있다. 당시 화상 앙브루와 볼라르는  드랭이나 블라맹크, 반 동겐, 피카소보다도 훨씬 더 높은 가격으로 장 퓌의 작품을 구입하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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