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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시 Dec 17. 2016

욕망 읽기

58- 피에르 클로소프스키

 피에르 클로소프스키, 스스로 검열한 정신에 의해 공격 당하는 로베르트, 1976, 종이에 색연필, 162 x 110 cm,

금서는 어느 시대에나 있어 왔다. 위정자들의 입장에서는 체제 전복적인 사상을 담고 있거나,  이른바 미풍양속을 해치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면 사회안정과 윤리도덕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관련 서적의 출판과 유통을 막아야 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그같은 구체제에 맞선 급진적 사상이나 기존 윤리규범에서 탈격한 새로운 행동양식들도 시간이 지나 시대가 바뀌면 새로운 주류 사상이나  행동규범으로 사회 전반에 스며들어  안착한다.


그림의 주제나 소재에서의 급진성이나 탈격도 마찬가지이다. 지금에서 보면 뭐 이런걸 가지고 그랬나 싶을  정도이지만 당시에는 사회적으로 많은 논란과 논쟁을 불러 일으킨 그림들도 많다. 특히 예술과 외설의 경계에 서있는 소재를 다룬 그림들이 더 그러하다. 피에르 클로소프스키 (Pierre Klossowski, 1905~2001)의 드로잉도 그 사례 범주에 든다.


피에르 클로소프스키는 프랑스 철학자이자 신학자, 역사학자이면서 소설가이기도 하고 화가이기도 하다. 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1954년 그의 첫번째 에로틱 소설 3부작에 6개의 삽화를 그리면서부터 시작되었다.  그 계기는 자신의 동생이기도 한 발튀스가 책의 삽화를 그리는 것을 거절했기 때문이었다. 소설 <저녁의 로베르트>에 그린 그의 삽화들은 다분히 외설적인 이미지를 표현하고 있다.  당시 그의 책은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후 동료들의 격려에 힘입어 그의 작품 활동은 계속 되었고 1956년에는 처음으로 전시회를 갖기도 하였다. 35년 가까이 기간 동안 그는 40여편의 대작 드로잉을 그렸다. 1970년대부터는 여러 전시회를 통해 화가로서의 명성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화가 생활은 클로소프스키 삶의 일부분일 뿐이다.


<스스로 검열한 정신에 의해 공격당하는 로베르트>는 책을 보면서 사회규범에 벗어나는 내용에 대해 독자 스스로 자기검열하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충동적 욕망이 악마나 악인의 모습으로 옆에서 속삭이거나 잡아끌며 책읽는 이를 유혹하고 있다. 몸에 대한 피에르 클로소프스키의 신화학적이고  우화적인 이미지는 폭력과 열정에 대한 강력한 세계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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