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시 Jan 06. 2017

반려계

64-호프 갠글로프

호프 갠글로프, 무로그, 아빠와 키브, 2015

책을 읽는 것은 대개 개별적인 개인 행위이다. 물론 예외적으로 아이에게 책을 읽어 주거나 낭독회에서처럼 여럿이 같이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런데 그림에서처럼 책을 읽는 데 동참하는 주체가 동물이 될 수도 있나 보다. 초로의 남자가 발코니 의자에 앉아 책을 보는데 닭 두 마리가 양팔에 앉아 독서 자리를 함께 하고 있다. 그림 제목으로 보아 이 닭들은 이름도 가진 반려동물이다. 반려계인 셈이다.


반려동물로는 개나 고양이가 대표적이지만 이렇게 닭들을 기르기도 한다. 예전에 어렸을 때 도심이지만 집에서 닭 한 마리를 키운 적이 있다. 마침 마당이 있는 집이라 그놈은 제마음대로 마당이며 마루를 휘젓고 다녔다. 자라면서 점점 기세가 등등해져 심지어는 이웃의 고양이가 좇겨 다닐 정도였다. 마루에 올라와 미닫이문에 붙은 유리창으로 빼꼼히 방안을 들여다 보기도 하였으며, 집 지키는 개처럼 집을 보는 흉내도 내었다. 나름 정이 들기도 하였는데,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와 보니 자취가 없었다. 알고 보니 집에서 닭을 잡아버린 것이다. 반려동물 대접을 했던 게 아닌 셈이다. 요즈음에는 별별 동물들이 다 반려동물로 사람들에게 위안을 준다. 옛날보다 더 외로운 세상이 된 모양이다.


호프 갠글로프(Hope Gangloff: 1974~  )는 뉴욕 아미티빌 태생의 미국 화가이다. "과학예술증진을 위한 쿠퍼유니온"에서 미술 공부를 하였으며, 현재 미국 각지와 유럽에서 다수의 개인 및 그룹 전시회를 가지며 활동하고 있다.  근자에는 거대한 크기의 초상화 작업을 시리즈로 작업하고 있다. 전시장의 벽을 가득 차지할 정도로 큰 화폭을 그리느라 사다리에 올라서서 그림을 그리지만 그녀 스스로는 이렇게 큰 캔버스를 오가며 작업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그녀가 그리는 초상화의 대상들은 주위의 친구나 이웃, 가족 들이다. 이 그림에서는 그녀의 아버지를 그렸다. 그의 필선이나 색상의 사용을 보면 구스타프 클림트나 에곤 실레의 그림이 연상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탈색되고 남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