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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시 Jan 08. 2017

카멜리아

65-피에르 조르주 장니오

피에르 조르주 장니오, 분홍 동백, 1897

한 여인이 쿠션을 등받이며 베개 삼아 편안히 쇼파에 누워 책을 보고 있다. 머리에는 초록 계열의 쿠션이나 옷 색깔과 대비되는 분홍 꽃장식이 달려 있어 강렬하게 눈에 들어온다. 이 분홍 꽃은 카멜리아, 곧 동백이다. 동백의 꽃말은 "당신만을 사랑한다"이다. 동백꽃을 머리에 꽂고 책을 보다니 얼마나 낭만적인 책읽기인가.


아직은 동백꽃 필 때가 아니지만 문득 흐드러진 동백꽃이 보고 싶다. 송창식의 "선운사" 노래도 있지만, 선운사 경내의 그 울창한 동백나무 군락을 다시 한번 찾아가 보련다. 어느 해에는 너무 일찍 가 보지 못하기도 했고 또 어느 해엔가는 너무 늦게 가 떨어진 꽃봉오리만 만나기도 했었다. 그러니 너무 늦거나 너무 빠르지 않아야 할 게다. 동백의 낙화는 실로 무참하기 이를 데 없다. 다른 꽃들처럼 보기 흉하게 시들지 않고 그냥 한몫에 깨끗하게 뚝 떨어져 버린다. 그래도 그렇게 떨어진 꽃봉오리가 이처럼 여인의 마음을 장식할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피에르 조르주 장니오(Pierre-Georges Jeanniot:1848-1934)는 스위스 제네바 태생으로 프랑스에서 활동한 인상주의 화가이다. 필선이 과감하고도 거칠게 표현되어 있어 툴루즈 로트렉의 그림과도 유사하게 느껴진다. 아버지가 프랑스 디종의 에콜데보자르 학장으로 있어서 어려서부터 지도를 받았다. 하지만 젊어서의 초기 경력은 특이하게도 군인의 길로 시작하였다. 그래도 붓은 놓지 않아 드로잉을 꾸준히 이어갔고 군대 경험을 살린 전투화를 그리기도 하였다. 30대 초반에 부상으로 군에서 전역하고 본격적인 화업의 길로 들어섰다. 인상주의의 대가들인 마네나 드가와 절친하게 교우하면서 조언과 격려를 받기도 하였다. 책의 삽화를 그리기도 하였으며, 우아한 드로잉과 유화를 통해 당시의 벨에포크 시대를 대변하는 그림들을 다수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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