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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시 Jan 11. 2017

브루클린 보헤미안

66-호프 갠글로프

호프 갠글로프, 프리랜서(마이키 허난데즈), 2011


느긋하게 욕조에 누워 읽을거리를 들여다 보고 있다. 비록 욕조가 좁아 발을 다 뻗을 수 없어 무릎을 구부린 자세이지만 표정만은 여유만만이다. 자주 이렇게 이용하는지 욕실에는 양말이나 옷가지 이외에도 다른 책자들이 쌓여 있고 잡지들도 나뒹굴고 있다. 심신이 이렇게 편안할 수 있다면 천국이 따로 없을 것이다.


욕조에 몸을 담그고 책을 읽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일이다. 맹점은 책에 물이 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는 점이다. 책 젖는 것에 일일이 신경쓰고 싶지 않다면 반신욕 형태를 추천한다. 욕조의 절반 정도를 덮을 수 있는 덮개를 활용하면 그 위로 책을 놓을 수도 있어 책이 젖는 것을 우려할 필요없이 독서와 목욕을 같이 할 수 있다. 물론 이 경우에도 20~30분간 지나면 반신욕의 효과로 송글송글 땀이 배어나므로 닦아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이 정도는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


호프 갠글로프(Hope Gangloff: 1974~  )의 그림들은 주로 자신의 이웃이나 친구들을 대상으로 하는데, 화법에서는 19세기 말이나 20세기 초의 표현주의 화가들로부터 많은 것을 빌려오고 있다. 이를테면 반고흐나 에곤 실레, 구스타프 클림프, 수잔 발라동과 같은 화가들이 그들이다. 그녀는 이들 역사적인 전위 화가들과 포스트모던스러운 유행 추수주의 사이에서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연결고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림의 제목이 프리랜서이다. 프리랜서란 어디에 고정적으로 붙어있는 직장인이 아니라 부정기적이지만 자신의 일정대로 자유로이 일거리를 맡아서 하는 사람이다. 갠글로프의 전시회가 있었던 미시건주립대학교 미술관의 전시회 설명글에서는 자유로운 영혼들인 이들 뉴욕의 예술가 집단을 브루클린 보헤미안이라 명명하였다. 친구들이 그렇듯 브루클린을 근거지로 활동하고 있는 그녀 또한 영락없는 브루클린 보헤미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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