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시 Jan 15. 2017

어머니

67-해럴드 길먼

해롤드 길먼, 화가의 어머니가 있는 실내정경, 1917-1918,  51.2 x 61.4cm, 맨체스터시립미술관


나이든 은발의 할머니가 커다란 등나무 의자에 비스듬히 앉아 책을 보고 있다. 머리에 쿠션을 겸한 천 또는 담요를 대고 있는 모습이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벽에는 그림들이 걸려 있고 서랍장 위로 화병이며 그릇과 장식품들이 놓여 있다. 나름 깔끔하게 인테리어가 되어 있는 실내이다. 입고 있는 긴 옷의 암청색이며 푸른 색 톤의 뒷배경을 통해 전체적으로 푸른 계열 색조가 화폭을 지배하고 있다.


그림의 할머니는 화가 해롤드 길먼의 어머니 에밀리이다. 부모를 그리는 것은 많은 화가들에게서 자주 있는 일이다. 하지만 화가는 특별히 자신의 어머니를 일련의 초상화 시리즈로 여러 작품을 남겼다. 어머니의 책읽는 모습 이외에도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 차 마시는 모습, 잠자는 모습, 침대에서 글쓰는 모습 등 여러 상황들을 그렸으며, 드로잉도 다. 나이 들어서도 정서적으로 긴밀하게 이어진 각별한 모자 관계였던 모양이다. 차가울 수도 있는 청색 계열의 색조가 오히려 온화하고 따사롭게 느껴지는 것은 의자나 서랍장, 카펫의 색깔과 무늬가 이를 중화시켜 주는 측면도 있겠지만 어머니를 향한 화가의 따뜻한 시선 때문일 것이다.


길먼이 그린 어머니 그림 중에는 맥닐 휘슬러의 유명한 <회색과 검정의 배열 No.1>(1871)과 연관된 것도 있다. 휘슬러의 그 그림 역시 자신의 어머니를 그린 것인데, 길먼과 친한 월터 지커트가 1891년 휘슬러의 문하생으로 공부할 때 프랑스 정부가 구매한 이 그림을 파리까지 운송하는 역할을 하였다. 따라서 길먼은 이 그림을 알고 있었을 것이고 파리를 방문하였을 때 뤽상부르 미술관에 전시된 그림도 보았을 것이다. 길먼은 초기에 휘슬러의 색조 조화와 부드러움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을 때라 그를 따라 자신의 어머니를 그리는 작업을 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길먼(Harold Gilman: 1876-1919)은 서머셋 로드 출신 영국 화가이다. 실내화를 많이 그렸다. 초기에는 뷔야르나 월터 지커트의 영향을 많이 받은 그림들을 선보였다.  후기인상주의전시회를 보고 자극을 받아 파리로 건너가 반고흐나 고갱, 시냑 등의 영향을 통해 점차 자신의 독자적인 화풍을 정립하기 사작하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스페인독감으로 40대 초반의 이른 나이에 사망하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브루클린 보헤미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