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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시 Jan 18. 2017

장서

70-코지마 토라지로

코지마 토라지로,  책읽는 여인, 1921, 캔버스에 유채, 116 x 89.5 cm, 겐트미술관

책장을 배경으로 한 여인이 등나무 의자에 앉아 책을 보고 있다. 웃옷은 세일러복처럼 흰색에 파란 넥타이 패션이고, 치마는 황색으로 길게 아래로 내려와 있어 전체적으로 단아하다. 책에 열중하는 눈매와 입매가 높은 콧대에 힘입어 날카롭고 야무지다. 나이로 보아 아직 연륜을 갖춘 전문가 같아 보이지 않지만, 뒷배경 책장에 촘촘히 꽃힌 책의 모양새로 보아 집안의 녹록치 않은 지적 수준을 느낄 수 있다.


꼭 학자와 같은 지적 직업이 아니더라도 집안에 장서를 갖출 수 있다. 물론 지적 허영심을 가지고 과시적인 인테리어로 책을 들여 놓을 수도 있지만, 책읽기를 좋아하다 보면 이 책 저 책 사 모으게 되고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장서가 쌓이게 된다. 하지만 도가 넘으면 짐이 될 뿐 아니라 고통이 되기도 한다. 오죽하면 <장서의 괴로움>이라는 제목의 책이 다 있을까. 장서의 양에 따라 보관이나 관리의 어려움은 당연하고, 잘못하면 책이 집주인 행세를 하기까지 한다.


유화이지만 파스텔톤의 은은한 색감이 돋보인다. 코지마 토라지로(児島虎次郎  Kojima Torajiro: 1881-1929)는 일본 인상주의 화가로 도쿄미술학교 졸업후 유럽으로 건너가 벨기에 겐트미술아카데미에서 수학하였다. 일본 최초의 파리 살롱협회의 정회원이기도 하다. 직접 파리에서 인상주의를 경험하고 공부하였으며, 인상주의 회화를 수집하여 일본에 소개하는 역할도 하였다.  이때 수집된 유럽의 인상주의 작품들은 일본 최초의 근대미술관인 오하라미술관의 소장품이 되었다.


자포니즘을 배경으로 유럽 인상주의의 탄생과 확산에 우키요에를 비롯한 일본회화의 영향이 상당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본 근대회화가 인상주의를 받아들이는 과정은 아이러니이다. 19세기말 당시 파리의 미술비평가들은 일본미술의 특질을 인상주의로 설명하였으며, 인상주의를 이끈 피사로는 히로시게 같은 일본 우키요에 화가를 완벽한 인상주의자라고 찬탄하였다. 코지마 토라지로의 벨기에 스승들도 그에게 유럽 회화를 모방하려 하지 말고 일본 미술의 특성을 살리라고 충고하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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