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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시 Jan 26. 2017

독서실

78- 마그누스 엔켈

마그누스 엔켈, 독서실, 1899, 캔버스에 유채, 125 x 180 cm


긴 책상을 사이에 두고 네 명의 남자들이 앉거나 서서 신문을 보고 있다. 후경으로 책장이 보이고 거기에는 책들이 가득하다. 제목으로 보아 이곳은 독서실이다. 북구의 긴 겨울 시간들을 이렇게 보내는 모양이다.  무료하게 남는 시간을 노름이나 유흥과 같은 비생산적인 데 쓰지 않고 한데 모여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활용하는 것은 본받을 만하다. 글을 읽는 모습은 자못 진지해 보이나 색조 탓인지 차림새와 분위기는 다소 어두워 보인다. 그즈음 보통 사람들의 삶이 그렇게 여유롭지는 않았나 보다.


마그누스 엔켈(Magnus Enckell: 1870-1925)은 하미나 태생의 핀란드 화가이다. 나중에는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는 화풍으로 넘어가지만 이 그림처럼 20대 후반의 초기작들은 아직 금욕적이다. 이후로 그의 작품중에 누드 남성이나 소년 그림들이 있는데, 이를 보면 다분히 에로틱하고 감각적이다. 이는 그가 양성애자였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의 일부 에로틱한 초상화는 당대에는 전시되지 못하였다.


엔켈은 19살에 헬싱키에서 미술공부를 시작해 핀란드예술협회의 드로잉학교에서 수학하였다. 1891년 파리로 건너가 아카데미 줄리앙의 주울 조셉 르페브르의 학생이 되었고, 예술계의 신비주의와 낭만적 상징주의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초기에는 부드럽고 절제된 화풍에서 시작하여 점차 드로잉 기법이나 형태를 묘사하는 스타일에서 질적으로 발전되어 갔다. 핀란드에 살고 있는 벨기에 출신 영국 화가인 핀치와 젊은 건축비평가였던 포스테루스를 만나 후기인상주의의 새로운 색감을 발견하게 된다. 이후 베르너 토메와 함께 신인상주의 이론을 적용하는 활동을 하였다. 토메의 경우는 점묘주의로 넘어갔지만, 엔켈은 순수하게 밝은 색상을 쓰면서 형태의 통합성과 윤곽을 얻기 위해 오랜 붓터치를 계속해서 구사하였다. 핀란드의 색조주의자 그룹인 "셉템"(Septem)을 만들어 주도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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