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 - 앙리 르 시다네르
하얀 꽃이 만개한 꽃나무 아래서 역시 하얀 옷을 입고 두 여인이 책을 읽고 있다. 후경의 집이 들어앉아 있는 품새나 오른쪽 아래로 건물에 기대어 임시로 지은 듯한 낮은 헛간으로 보아 이곳은 뒤뜰이다. 꽃나무는 꽃의 색이나 모양으로 보아 목련나무가 아닐까 싶다.
그러고 보니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노라"던 <사월의 노래>(박목월 작사, 김순애 작곡)도 생각난다. 꽃그늘 아래에서 책을 보다니, 호사스럽다. 하지만 이 호사는 꼭 부유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봄날 인근 공원이나 동산 기슭에 화사한 봄꽃 피거들랑 책 한 권 옆구리에 끼고 나가 벤치나 돗자리에 앉아 따사로운 햇살 속에서 바람에 어른거리는 꽃그림자 사이로 한줄 한줄 읽기만 하면 아무나 누릴 수 있는 호사이다.
앙리 르 시다네르(Henri Le Sidaner: 1862~1939)는 프랑스령이었던 아프리카 모리셔스 섬의 포트루이스 태생의 프랑스 화가이다. 40대에 일명 장미의 도시인 제르베로이에 정착하여 꽃이 만발한 집과 정원을 소재로 한 풍경화를 많이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