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시 Jan 25. 2017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76-헬렌 터너

헬렌 터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1923, 캔버스에 유채, 63.5 X 76.2 cm, 노퍽,  허미티지 미술관 


여인이 쇼파에 비스듬히 앉아 책을 보고 있다. 쇼파 밑에는 읽고 있는 책 이외에도 다른 책들이 두어 권 더 떨어져 있다. 책을 엄청 좋아한다는 것을 그렇게 표현했을까. 그런데 그림 제목이 특이하게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이다. 읽고 있는 책이 그 책이라는 건지, 책 읽는 여인의 성격이나 행동이 다소 별나서 그런 제목을 붙였는지 알 수 없다. 


책 읽는 여인은 화가 헬렌 터너의 오랜 뮤즈인 줄리아 폴크이다. 그녀는 화가의 친구 딸이다. 화가의 나이 60대 중반에 그린 작품이니까 친구 딸이라고 하더라도 이미 20대 아니면 30대일 것으로 추측된다. 터너는 뉴욕주 북쪽의 예술가촌인 크레그스무어에 있는 또다른 집에서 여름을 보내고는 했는데 그림의 장소도 바로 여기이다. 터너가 이곳에서 여름을 보내기 시작한 것도 1906년부터 해서 거의 35년 가까이 이어졌으니 아마도 친구 딸인 줄리아가 어렸을 때부터였을 것이다. 그러니 어쩌면 이 그림은 환상적인 이야기를 좋아했던 그 아이에 대한 옛날 추억일지도 모르겠다. 터너가 보기에 그 어렸던 줄리아가 벌써 이렇게 성숙한 여인이 되었으니, 마치 약병을 들이키고 갑자기 쑥 커졌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기도 하였겠다.


헬렌 터너(Helen Maria Turner(: 1858 – 1958)는 켄터키 루이빌 출신의 미국 화가로 미술교사이기도 했다.  유화나 수채화, 파스텔화로 풍경화나 정물화, 초상화 등을 다채롭게 그렸다. 그녀의 작품은 인상주의적 특징을 보여 주는데, 유럽의 인상주의로부터 영향을 받지는 않았고 독자적으로 발전시킨 것이었다. 그녀의 그림은 꾸밈이 없고 무의식적으로 여성의 시각을 보여준다. 작품의 대상도 여성이 많이 등장하며, 특별히 정원 가꾸기를 좋아하여 다른 여러 작품에서 식물들이 배경으로 자리한다.


어린 나이에 부모를 모두 잃고 삼촌 손에서 컸으며, 22살에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였다. 뉴올리언스의 툴레인 대학에서 미술을 공부하였다. 삼촌마저 세상을 뜨자 생계를 위해 달라스의 여학교인 세인트마리인스티튜트에서 미술교사직을 시작하였다. 이후 뉴욕으로 가 아트스튜던트리그와 쿠퍼유니온, 컬럼비아 대학 등에서 미술공부를 보다 체계적으로 하였다. 뉴올리언스로 거처를 옮겨서도 작품활동과 함께 미술교사직은 계속 병행하였다.  미술 분야의 다양한 상들을 여럿 수상하였으며, 국립디자인아카데미 정회원, 예술가클럽의 예술가의 삶 멤버 등으로 작품 활동을 인정받기도 하였다.  드물게 100세까지 장수하였는데, 70대 이후로는 시력이 약화되어 그림 작업을 하지는 못하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꽃그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