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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시 Feb 10. 2017

무료한 날에는 책을 읽어요

83-스튜어트

 줄리어스 르블랑 스튜어트, 사라 베르나르와 크리스틴 닐슨, 1883, 캔버스에 유채,  96.5 x 130.8 cm, 개인소장


그림 속의 두 여인은 제목에 나와 있는 대로 사라 베르나르와 그녀의 친구 크리스틴 닐슨이다. 이들은 극장에 가기 전 남는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사라는 연극배우이고 크리스틴은 오페라에 출연하는 성악가이다. 사라는 그녀 옆의 쿠션 탁자 위에 있는 책더미에서 책 하나를 집어 들었다. 책장을 넘기다가 주의를 끄는 대목에 이르러 마치 무대 위에서 공연하듯 예의 뛰어난 목소리로 크게 읽기 시작한다. 그런 연유로 그림의 다른 제목이 <큰 소리로 읽기>이다. 아마도 대사나 발성 연습을 겸하고 있는 모양이다. 크리스틴은 편하게 앉아 친구의 책읽는 소리를 듣고 있다. 무방비 상태로 완벽하게 풀어진 이들의 자세는 상대방에게 서로 느끼는 편안함과 함께 기다리는 시간의 무료함이나 권태스러움을 보여 주고 있다. 뿌옇게 드러나는 창밖의 흐릿한 건물 풍경조차 단조롭게 비쳐진다.


줄리어스 르블랑 스튜어트(Julius LeBlanc Stewart: 1855- 1919)는 필라델피아 태생의 미국 화가이다. 어린 시절에 가족과 함께 파리로 건너와 생애 대부분을 그곳에서 지냈다. 어찌나 멋을 부렸는지 그의 별명이 "필라델피아에서 온 파리지앵"이다. 제당업자였던 백만장자 아버지를 둔 덕분으로 유복하게 성장하였으며, 미술품을 수집하고 화가들을 후원하던 아버지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화업에 들었다. 존 싱어 사전트와 동시대로 파리에서 미술공부를 하였으며,  자신의 주위 사람들과 파리 상류층의 초상화를 많이 그렸다. 그의 그림들은 당대 멋쟁이들 사이의 파티나 사교 생활의 단면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그림도 요새로 치면 인기있는 연예인들의 내밀한 모습을 그린 것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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