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윌 바넷
화면의 구성은 비교적 간결하다. 한 여인이 침대에 누워서 흰 고양이가 함께 책을 보고 있다. 형태의 묘사가 단순하지만 색채 대비가 강렬하여, 한번 보면 잊혀지지 않는다. 그림의 모델은 책을 읽고 있는 화가의 딸이다. 반려동물로서 개뿐 아니라 고양이도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왠지 고양이에게는 거리감이 있다. 개는 주인과수직적 관계에 기초한 상하복종이 분명하지만, 고양이는 수평적 관계이거나 거꾸로 자신이 주인이라고 여기는 것 같다. 오죽하면 고양이 키우는 사람들이 자신을 자조적으로 고양이 집의 집사라고 칭하겠는가. 그림에서도 흰 고양이가 마치 주인인냥 침대 한가운데에 도도하게 자리하고 있다.
윌 바넷(Will Barnet: 1911-2012)은 그만의 특징적인 평면 스타일 미학으로 잘 알려진 미국의 화가이다. 일상 생활이나 꿈에 대한 고전적인 우아한 묘사를 통해 그림의 상징적 의미를 부여한다. 그는 한 인물이 외롭게 있는 실내나 풍경과 함께 새를 등장시키는 그림을 자주 그렸다. 대표적인 것이 <침묵의 계절> 시리즈이다.
100세 넘게 장수하여 노년에도 창작 활동을 왕성히 하였다. 그에게 "나이는 단지 이전에 해보지 못했던 것을 해볼 수 있는 자유를 주는 것일뿐이었다." 그는 위대한 작품은 인생의 어느 단계에서라도 나올 수 있다고 여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