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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시 Mar 08. 2017

개성

89- 줄리안 오피

 줄리안 오피, 책을 든 히지리, 2005, 목판에 실크스크린, 90 x 69cm


새로운 조직에 들어가게 되면 듣는 조언중 하나가 튀지 말라는 것이다. 개인주의가 점점 확산되고 개성을 추구하는 것이 나름 남과 다른 자신을 표현하는 것으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긴 하다. 그렇지만 튄다는 것은  여전히 한국 조직 사회에서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다.


반면에 튀어야만 사는 경우도 있다. 남들의 주목을 받아야지만 생존이 가능한 분야이다. 광고가 그렇고 연예계가 그렇다. 화가들 역시 꼭 튀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자신만의 것을 가져야 한다. 대상이나 주제의식, 색채, 스타일, 붓놀림 등 그 무엇이 되었건 딱 보면 바로 누구의 그림이라는 것이 드러나야 한다. 실제로 이름을 얻은 화가들 대부분이 그러하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그는 다른 누군가의 아류일뿐이다.


줄리안 오피( Julian Opie: 1958~   ) 역시 다른 어떤 그림과도 구별되는 그만의 독특한 화풍을 가지고 있다. 팝아트로서 굵은 윤곽선의 필치가 보는 이로 하여금 친숙한 느낌을 준다. 간결하고 단순한 선과 색채로 이루어진 인물화는 그만의 독특한 개성을 보여준다. 특히 작은 점으로만 그리는 눈동자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이다. 하지만 그같은 단순함 속에서도 각 인물들의 특성들을 포착하여 적절히 표현함으로써 대상 인물의 개성을 부각시킨다.  이 그림의 모델은 히지리라는 일본의 배우이다. 이 작품 이외에 같은 해에 그린 일련의 히지리 시리즈가 있는데, <베일을 든 히지리>, <우산을 쓴 히지리>, <두 손을 모은 히지리>와 3점의 초상화가 그것이다.


줄리안 오피는 런던 태생의 영국 화가이다. 회화뿐 아니라 일러스트레이션, 조각, 설치미술 작업도 하고 있다. 조각으로는 회화처럼 윤곽선으로만 형태를 완성하여 영국 밀레니엄브리지에 설치한 <누워있는 누드>가 유명하며, LED를 사용하여 예의 윤곽선이 도드라지는 인물들이 움직이는 시각예술 작품들을 다수 제작하였다. 국내에서도 2009년 서울역 앞 서울스퀘어 건물 외벽에 <걸어가는 사람들>을 선보인 바 있다. 2014년에는 국내에서 개인전시회를 갖기도 하였다. 이를 위해 별도로 서울의 신사동이나 사당동의 걷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 작품들을 제작하기도 하였다. 2017년 하반기에도 국내 전시회가 계획되어 있어 우리 미술계와 꾸준히 교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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