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알베르 마르케
모바일 인터넷의 확산으로 여행지의 풍광을 사진으로 찍어 친구들과 공유하는 일이 훨씬 쉬워졌다. 유명 관광지에서 사진을 찍는 유형은 인물을 강조하는 경우, 인물없이 경치만을 찍는 경우 등 사람에 따라 다양하다. 그것중 하나로 인물을 대신한 인형을 등장시켜 풍광 사진을 찍는 방법도 있다. 강병융의 <아내를 닮은 도시>(2015)를 보면, 슬로베니아의 도시 류블랴나를 소개하면서 사진 장면마다 이채롭게도 사람 대신 공룡인형을 등장시켜 도시의 풍경들을 보여주고 있다.
알베르 마르케의 <창문의 인형>은 이같은 착안을 이미 오래전에 그림으로 보여 주었다. 바닷가에 면한 건물의 커다란 창 앞에 자그마한 인형이 놓여 있어 마치 이 인형이 전면의 바닷가 전경을 대신 즐기고 있는 듯이 보인다. 아마도 이 인형은 화가나 그림의 주인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어 이들을 대신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거기 있었다는 인증은 충분히 되었다.
마르케는 원래 풍경화를 많이 그렸는데, 이들 풍경화 속에서 인물들은 그다지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으며 대개는 윤곽으로만 등장한다. 이같은 화가의 화풍도 한몫하였다. 여름 휴가의 들뜬 마음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인형 옷하며 창틀의 화초와 꽃 색깔이 모래사장 텐트와 어울려 화사한 색조의 그림이 되었다. 마르케(Albert Marquet: 1875-1947) 는 프랑스 화가로 지중해 연안의 여러 곳을 여행하면서 항구나 바닷가의 전경을 많이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