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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시 Mar 15. 2017

화가 아내의 선택

94- 주세페 드 니티스

주세페 드 니티스, 겨울날, 1882, 천에 파스텔, 150 x 89 cm,   주세페 드 니티스 미술관


큰 통창 앞 쇼파에 한 여인이 앉아 있는 모습을 그렸다. 창밖은 함박눈이 내리고, 나뭇가지는 물론이고 창틀 위까지 눈이 쌓이고 있는 중이다. 한겨울이다. 여인의 얼굴은 다소 창백하다. 이 그림의 모델은 화가의 아내인 레온틴 그루벨 (Leontine Gruvelle)이다. 눈 내리는 겨울철, 밖에 나갈 수 없는 화가는 집안에서나마 아내를 그렸다. 파스텔로 그린 만큼 부드러운 색조가 눈 내리는 풍광과 온유한 여인의 품성을 적절하게 표현하고 있다.


주세페 드 니티스 (Giuseppe de Nittis: 1846-1884)는 바를레타 태생의 이탈리아 화가로 인상주의와 살롱 회화를 결합시킨 양식을 자신의 것으로 발전시켰다. 1868년 파리에 정착해 인상주의 화가들과 교류하였으며, 특히 드가와 가까웠다. 1874년 제1회 인상주의 전시회에 다섯 점의 그림을 출품하였다. 하지만 인상주의 화가들 모두가 그를 받아들인 것은 아니어서 이후 전시회에는 불참하였다. 같은 해 그는 살롱전에서도  그림을 전시하였다. 파스텔화는 1875년부터 그리기 시작하여 이후 그의 주요한 선호 매체로 활용되었으며 그의 그림이 대중화하는 데도 도움을 주었다.


아쉽게도 그는 38살의 나이로 일찍 세상을 떴다. 이 그림은 죽기 2년전에 그린 것이다. 사후 화가의 고향인 이탈리아 바를레타에 그의 미술관이 세워졌는데, 화가의 아내가 바를레타 시에 기증한 유화 146점과 드로잉 65점이 전시되고 있다. 화가의 아내가 된다는 것은 생전에 남편의 지난한 예술 투혼을 곁에서 지지하고 성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후에도 그 결과물인 작품들이 기왕이면 후대에 온전히 전해질 수 있도록 하는 것까지도 감내하는 것이다. 남아있는 유작들을 팔아치워 한때의 경제적 편익을 취하는 것보다는 기증을 통해 개인미술관을 만들어 불멸의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 보다 더 현명한 유산 테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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