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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시 Mar 21. 2016

언제 어디서나

05- 데보라 드위트

데보라 드위트, 정신의 모험, 1994

   저 멀리 소실점이 보이는 일직선의 황량한 도로 위 차안의 풍경이 마치 묵시록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인다. 흐린 하늘 위의 진회색 구름조각과 도로 오른편으로 줄지어 서있는 전봇대, 도로 중앙의 흰색 차선 분리 점선 들이 휙휙 지나가는 듯한 착시를 불러 일으키면서, 미 대륙 중서부의 메마른 대지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다.

  대륙을 횡단하는 자동차 여행길은 처음에야 차장 밖 풍경이 눈에 들어오지만 하루 온종일을 몇 시간째 달리다 보면 같은 풍광에 무미건조해지고 마주 치는 차 한 대 없이 무료하기 그지없게 된다. 그럴 때면 운전에 집중할 필요도 없는 동승자는 몸의 자세를 이리저리로 바꾸다가 급기야는 양발을 뻗어 앞유리창 쪽으로 올려 놓는다. 그림 속의 운전석 옆 동승 여인은 한숨 자고 나서 운전자와 이야기하는 것도 지겨웠는지 아예 책을 펼쳐 놓고 들여다 보면서 가고 있다.

  그림의 제목이 <정신의 모험>(Adventures of the Spirit)이란다. 물리적인 여행만이 모험을 뜻하지 않고 책읽기를 통한 정신적 여행도 모험이라고 말하고 싶은 모양이다.

  해외여행이 자유화되고 국민소득이 늘어나면서 많은 젊은이들이 배낭여행을 비롯하여 다양한 여행 경험을 쌓고 있다. 미지의 세계에 도전하는 모험 정신은 장려받을 만하다. 나이들어서도 요사이 유행하는 버킷리스트의 목록 하나로 해외여행이나 세계일주를 꼽는 경우가 많다. 그같은 여행도 좋지만 추천하자면 “정신의 모험” 차원에서 이를테면 세계명작 100선을 직접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데보라 드위트(Devorah DeWit)은 1956년 미국 오레곤주 포틀랜드에서 태어났다. 코넬 대학교에 농경제학 전공으로 입학하였으나, 화가인 아버지의 핏줄 영향인지 중간에 화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사진작가로 시작하여, 파스텔과 유화를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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