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시 Mar 20. 2016

여름 해변에서

04- 헬렌 맥니콜

헬렌 맥니콜, 화창한 날, 1910.

     여름철 휴가처로 바닷가만한 곳이 없다. 지금이야 여자들도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아무런 꺼리낌없이 수영을 즐기지만 19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서양에서조차 여자들이 바닷가에서 옷을 벗고 수영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따가운 햇볕에 탈새라 잔뜩 옷을 껴입거나 차양이 큰 모자나양산으로 무장한 채 해변가를 거닐거나 천막이나 대형 파라솔로 햇빛을 가린 채 의자에 앉아 바닷가 풍광을 즐기는 것이 그 당시 대체적인 풍습이고 관행이었다. 조금 용기가 있으면 종아리 정도 바닷물에 적시는 것이 고작 다였다.

    이때 소일거리 중의 하나가 책읽기이다. 헬렌 갤러웨이 맥니콜(Helen Galloway McNicoll)의   <화창한 날(Sunny Days)>에서도 젊은 여인 하나가 바닷가 해변  모래사장에서 아예 배를 깔고누워서 책을 보고 있다. 모자를 쓴 다른 일행의 머리카락인지 끈인지가 세차게  휘날리고  있는 것으로  보아 바닷가  바람이 제법 시원하게 부는 듯하다. 행여 모자가 날아갈까봐 모자창을 두 손으로 꼭 움켜쥐고 있는 모습이 바람의 세기를 실감나게 표현해 주고 있다.

    화가의 다른 그림에서도 비슷한 정경이  그려지고 있다.  <천막 그늘  아래에서>(Under the Shadow of the Tent)라는 제목인데  아마도 같은 바닷가가  아닐까 싶다. 바닷가에서 햇볕을 가리기 위해 친 천막  그늘에서 깔아놓은 담요에 책을 펼쳐 놓고서 손으로  땅을 짚은 채 책을 읽고 있는  여인을 전면에 그리고 있다.

    헬렌 갤러웨이 맥니콜(1879~1915)은 캐나다 출신의 인상주의 화가이다. 토론토 태생으로 어려서 성홍열을 앓아서 귀머거리가 되었다.  입술모양을 읽어 의사소통을 하는 독순법을 배워 화가로서의 재능을 키워 나갔다. 23세 때 영국으로 건너가 런던 대학 슬레이드 스쿨에서 수학하였으며, 유럽을 여행하면서 견문을 넓히기도 했지만 스스로를 항상 근대 영국 미술 화풍에 일체화시켰다. 그녀는 죽을 때까지 계속해서 영국에 거주하였으며 36세의 이른 나이에 영국 남부 도셋의 스와니지에서 세상을 떠났다.

헬렌 맥니콜, 천막  그늘 아래에서, 1914.  81.3×101.6 cm

 

매거진의 이전글 행복한 세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